사회

“9명 숨진 시청역 참사도 금고 5년”…금고형으로 본 교통사고 처벌의 한계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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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도심을 충격에 빠뜨린 시청역 일대 역주행 참사 운전자에게 금고 5년이 확정되면서, 금고형의 실체와 교통사고 처벌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인데도 법원이 노역 의무가 없는 자유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선택한 것이 우리 형벌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은 2024년 7월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60대 운전자 차모 씨는 차량을 몰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했고, 인근을 지나던 보행자와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 연합뉴스
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 연합뉴스

4일 대법원 2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씨 사건 상고심에서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차씨 측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블랙박스 영상, 제동등 작동 여부 등을 종합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잘못 밟은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쟁점은 동일한 운전 행위에서 비롯된 연쇄 충돌을 어떻게 법적으로 평가할지에 모였다. 1심 법원은 보행자 충돌과 다른 차량 충돌을 각각 별개의 행위로 보는 ‘실체적 경합’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형량을 최대한 가중해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각 충돌 행위가 독립적으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사고가 불과 몇 초 사이에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출발점이 ‘페달 오조작’이라는 하나의 과실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은 인도 돌진과 차량 연쇄 충돌을 하나의 운전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로 평가해 ‘상상적 경합’을 적용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허용되는 최댓값인 금고 5년만 선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법원 역시 “사회 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로 인한 사고”라며 상상적 경합을 인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금고형의 의미를 둘러싼 관심도 커졌다. 금고형은 수형자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 노역이 부과되지 않는 자유형이다. 법원은 주로 고의성이 낮은 과실범이나 정치범 등 명예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고형을 선고해 왔다. 형식상 노역 의무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는 징역형보다 ‘덜 무거운 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감 기간 동안 자유가 전면 제한되고, 수형 생활의 무료함 탓에 많은 수형자가 자발적으로 노역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금고형은 벌금형보다 훨씬 상위에 있는 중형(重刑)이며, 공무원이나 군인이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 사회생활 복귀 후에도 취업 제한, 보험·금융 거래상 불이익 등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정한 형량 구조가 대형 참사 앞에서 충분한 경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죄를 범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해,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형의 종류와 상한을 좁게 설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하더라도, 과실 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평가되면 금고형 또는 벌금형 테두리 안에서만 처벌이 이뤄지는 구조다.

 

시청역 역주행 사건은 형식상으로는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사례다. 그러나 9명이 숨진 참사에도 불구하고 노역이 없는 자유형 5년에 그친 판결은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다수 인명 피해를 야기한 교통사고에 대해 현행 법체계가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다중 인명 피해에 대한 가중 처벌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금고형 자체의 존치 여부와 함께, 과실 운전 치사 사건을 어느 수준까지 형사정책적으로 엄단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라도 다수 인명이 사망한 사건에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처벌 수위를 높일지, 운전 자격 제한이나 보험 제도를 강화할지 정책 선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교통안전 단체와 유가족 측은 “대형 시내 교차로에서 발생한 참사가 금고 5년으로 마무리되면, 비슷한 사고를 막을 예방 메시지가 부족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발적 과실 사고를 과도하게 처벌하면 형벌 체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시청역 역주행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시청역 인근에 조성된 추모 공간과 보행자 안전 시설 확충 논의, 각지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차량 인도 돌진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다. 과실에서 비롯된 비극을 어떻게 예방할지, 다수 인명 피해를 낳은 교통사고에 금고형 중심의 처벌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안전 대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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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역주행참사#금고형#교통사고처리특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