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1호 전 구단 상대 홈런”…위즈덤, 3회 투런포→KIA 동점 완성
관중의 숨죽인 기다림이 짙게 회색 구름처럼 내려앉았던 3회말,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가 거친 함성으로 일렁였다. 0-2로 뒤진 KIA 타이거즈에 필요한 건 순간의 기적, 패트릭 위즈덤은 그 기대를 방망이에 담아냈다. 흔들리는 경기 흐름 속,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날아든 134㎞ 컷패스트볼 한가운데가 위즈덤의 스윙과 맞닿았고, 좌측 펜스를 가볍게 넘어가는 시원한 아치가 그려졌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후반기 첫날, KIA가 NC 다이노스를 광주 홈에서 맞았다. 곧바로 2점 열세에 놓인 KIA는 무거운 분위기로 3회말 타석을 준비했다. 위즈덤은 1사 1루 찬스에서 신민혁의 공을 정면으로 받아쳐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21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인해 KIA는 경기를 단숨에 2-2 동점으로 만들었다.

이번 아치는 위즈덤에게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박동원(LG 트윈스)에 이어 KBO리그에서 시즌 세 번째로 전 구단 상대 홈런을 달성하면서, 강타자만이 기록할 수 있는 이정표에 또 한 번 다가섰다. 홈런 순위에서도 디아즈에 이어 단독 2위에 오르며 타격 감각을 확실히 입증했다.
경기의 전개 흐름 역시 위즈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위즈덤의 장타는 벤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일으켰고, 타선 전체가 동반 활성화되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수비와 응원석 사이, 팬들은 긴장된 순간을 열정의 파장으로 채웠다. 동점 이후 KIA의 움직임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장에서 포착된 위즈덤의 표정에선 진득한 집중력과 팀을 위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그의 배트 끝에서 피어오른 홈런 아치는 홈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탄성과 함께, 후반기 KIA의 상승세를 전하는 신호탄처럼 빛났다.
하루 끝, 천천히 어두워지는 필드 안팎에서 선수들은 땀과 희망, 그리고 한 방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패트릭 위즈덤의 투런포가 남긴 장면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아로새겨졌으며, KBO리그 후반기 긴 레이스의 초입에서 다시 시작되는 반전을 조용히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