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다 위 일상”…아오모리 앞 지진에 다시 떠오른 재난의 기억
요즘 뉴스를 켤 때마다 지진 알림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엔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이웃의 일상으로 다가온다. 사소해 보이는 진동 하나에도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만큼 재난은 먼 풍경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일본 혼슈 동북부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 한 번 땅이 크게 흔들렸다. 국내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일본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 동쪽 약 218km 해역에서 규모 6.4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km로 비교적 얕은 편이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또야”라며 긴장과 안도를 동시에 드러내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흔들림은 전날인 8일 오후 발생한 규모 7.5 강진 이후 이어진 여진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는 큰 지진 이후 진동이 잇따르며, 현지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몸은 출근길과 저녁 준비를 반복하지만, 눈은 여전히 지진 정보와 기상 속보를 향해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합뉴스 등이 전한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번 지진으로 약간의 해수면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하면서도 쓰나미 피해 우려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오모리현과 이와테현 일부 지역에서는 진도 4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도 4는 실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고,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크게 흔들리는 수준이다. 집 안에서 책장을 스치는 손길이 잠시 멈추고, 아이를 안은 손이 조금 더 꽉 조여지는 순간이다.
전날 강진 이후 발령됐던 경보도 차츰 해제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홋카이도 등지에 내렸던 쓰나미 주의보를 이날 오전 전체 해제했다. 그러면서 전날 강진과 관련해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 후발 지진 주의 정보’를 발표하며,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여진에 주의를 당부했다. 재난 방송 자막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혹시 또’라는 문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복되는 지진 소식을 ‘재난과 공존하는 시대의 피로’라고 부른다. 거대한 피해가 직접 닥치지 않더라도, 알림과 영상, 숫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재난을 경험하는 일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심코 지진 규모를 비교하고, 지도를 펼쳐 거리와 방향을 확인하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누구는 방 안에 손전등과 비상식량을 다시 꺼내 보고, 누구는 여행 계획을 조정하며 마음의 거리를 재보기도 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말 아래엔 “언제까지 운이 따라줄까”라는 조용한 불안이 겹쳐져 있다. 누군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텔레비전 화면을 떠올리며 “바다와 지진이라는 단어만 봐도 심장이 빨라진다”고 털어놓는다. 재난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새로운 지진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다시 꺼내 읽히는 오래된 뉴스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어떻게 준비하며 살 것인가’로 향한다. 앱으로 지진 알림을 받아보고, 여행지를 고를 때 지진 가능성을 함께 살핀다. 집 안 가구 배치를 정리하고, 위급 상황에서 연락할 사람들을 다시 떠올린다. 안전을 챙기는 작은 습관이 하루의 루틴이 되고, 재난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뉴스를 여는 자연스러운 첫 장면이 된다.
아오모리 앞바다의 이번 여진은 우리 일상을 직접 흔들진 않았지만, 재난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바다는 잠시 출렁이고, 땅은 다시 고요를 되찾겠지만, 화면을 통해 전해진 그 흔들림은 오래 머문다. 작고 사소한 대비와 관심일지라도,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나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