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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백신도 패치로…쿼드메디슨 GSK 비임상 확대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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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이 글로벌 제약사 GSK와 장티푸스 백신 마이크로니들패치 개발을 위한 비임상 시험을 확대한다. 주사기 기반 주사제에서 패치 형태로 접종 방식을 바꾸는 기술 개발로, 향후 저개발국 대량 접종과 콜드체인 부담 완화까지 겨냥한 전략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백신 기업이 마이크로니들 제형을 본격 검증하는 과정이 향후 백신 제형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쿼드메디슨은 GSK와 장티푸스 백신 마이크로니들패치의 임상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GLP 기준 비임상 시험을 추가하는 계약 변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GLP는 비임상시험 수행과 데이터 관리의 국제 표준 규범으로, 해외 규제기관에 제출할 안전성 자료 확보의 필수 단계로 꼽힌다.

양사는 현재 마이크로니들 제형 이질 예방 백신 후보 및 장티푸스 백신 마이크로니들패치를 공동 개발 중이다. 2022년 GSK가 개발하던 이질 백신에 쿼드메디슨의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하는 공동 연구 및 물질 이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후 연구 범위를 허가 완료된 장티푸스 백신까지 확대한 상태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미세한 바늘을 기판 위에 배열한 패치형 약물 전달 기술이다. 피부 표피 아래 면역세포가 밀집된 부위에 백신을 직접 전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얇은 바늘이 일정 시간 내 체내에서 녹아 사라지는 용해성 구조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 주사 대비 통증이 적고, 숙련된 의료 인력 없이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계약 변경에는 반복 투여 독성시험과 피부 자극·감작성 시험이 새로 포함됐다. 반복 투여 독성시험은 일정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전신 부작용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피부 자극·감작성 시험은 피부에 국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염증, 알레르기 반응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기존 주사제와 다른 투여 경로인 피부를 직접 관통하는 패치 제형 특성상, 피부 국소 반응에 대한 체계적 검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이번 GLP 비임상 확대로 해외 임상 진입에 필요한 필수 안전성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체계적인 독성·피부 안전성 자료가 쌓일수록 향후 다른 백신과의 제형 전환에도 공통 안전성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될 수 있어, 플랫폼 기술로서 마이크로니들의 사업적 활용 폭도 넓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관점에서는 접종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국가와 대규모 캠페인 접종이 요구되는 감염병 대응에 마이크로니들 백신이 적합하다는 점이 부각된다. 주사기와 날카로운 폐기물 처리 부담이 줄고, 의료 인력 의존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액상 주사제 대비 건조 패치 형태로 제형을 설계할 경우, 냉장 유통망 의존도가 완화돼 콜드체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되는 구조다.

 

글로벌 백신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 마이크로니들·경피 패치형 백신 개발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독감, 홍역, 코로나19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후보들이 초기 임상 단계에 올라와 있으며, 개발사들은 환자 순응도 개선과 접종 비용 절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GSK가 이질과 장티푸스를 대상으로 한 공동 개발을 진행하면서, 위장관 감염성 질환 백신에서도 패치 전환 흐름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쿼드메디슨과 GSK의 협력 구조는 기술 이전 방식에서도 차별점을 보인다. 쿼드메디슨은 약 12개월 동안 7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연구개발 비용을 수령하며 해당 비임상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대규모 선급금과 마일스톤만으로 평가 가치를 선반영하는 대신, 단계별 기술 검증에 따른 실질 기술료를 꾸준히 확보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백승기 쿼드메디슨 대표는 신약 개발 기업의 전통적 라이선스 구조와 다른 협력 방식을 강조한다. 그는 신약 후보 전체 권리 이전에 따른 고액 선급금 중심 모델 대신,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의 단계별 검증을 통해 기술 가치를 축적하고 있다며 공동 개발 초기부터 실질적인 기술료를 수령해 장기적 가치 창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변경이 단일 파이프라인의 비임상 확대를 넘어, 마이크로니들 기반 백신 제형이 글로벌 규제 체계 안에서 본격 검증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향후 GLP 비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해외 임상에 진입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될 경우, 다른 감염병 백신과 예방접종 프로그램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업계는 마이크로니들 백신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안착해 기존 주사제 시장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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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메디슨#gsk#마이크로니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