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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K콘텐츠 흥행 실험 계속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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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플랫폼을 무대로 한 K예능이 다시 한 번 흥행 실험에 나섰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계급 전쟁 시즌2가 공개 직후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시즌1이 만들어낸 글로벌 K요리 신드롬을 넘어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의 확장과 함께 국내 예능 포맷이 글로벌 IP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흑백요리사2가 외식 소비와 지역 식당 예약까지 연동되는 콘텐츠 파급력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 경쟁이 이제 단순 시청률을 넘어 플랫폼·외식업·지역경제와 연결되는 복합 비즈니스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플릭스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개된 흑백요리사2는 공개 하루 만인 19일 한국 TV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 시청자를 기반으로 한 초기 흡수력이 검증된 셈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요국 TOP10에도 이름을 올리며 해외 시청 지표도 빠르게 상승하는 양상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2위, 대만에서 3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TV 쇼 10위권에 진입했다. 시즌1이 축적한 인지도와 OTT 추천 알고리즘이 결합해 시즌2의 초반 유입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작인 시즌1은 넷플릭스 한국 예능 가운데서도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비영어권 TV 쇼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공개 첫 주 약 380만 뷰를 기록하며 예능 포맷으로서는 이례적인 글로벌 트래픽을 확보했다. 플랫폼 내 노출이 늘어나자 출연 셰프들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식당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 기준으로 출연 셰프 매장 예약 건수가 방영 전 대비 약 3.5배 늘어난 것이다. 단순 시청을 넘어 시청 데이터가 실제 외식 소비 데이터로 연결된 사례다.

 

시즌2는 론칭 전부터 온라인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선공개 영상이 3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플랫폼별 클립 소비가 본편 시청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재현됐다. IT 기반 OTT 환경에서 티저·클립·하이라이트를 분절 소비한 뒤, 다시 정주행으로 유입되는 전형적인 K콘텐츠 소비 패턴이 흑백요리사2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콘텐츠 기획 측면에서는 서사 구조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즌1이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흑수저 요리사 발굴과 성장 서사에 초점을 맞춘 반면, 시즌2는 이미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셰프들이 대거 합류했다. 흑수저의 성장담에서 고수들 사이의 자존심 대결로 중심축이 이동한 셈이다. 시청자는 성장 스토리의 감정 이입 대신, 정점에 오른 셰프들의 기술 차이·전략 차이를 비교 관전하는 재미에 더 주목하는 구조다.

 

경연 방식도 변주했다. 시즌2는 초반부터 1대1 데스매치를 전면에 배치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팀전과 운적인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즌1의 시청자 피드백을 반영해, 개인 실력 위주의 룰 설계를 강화한 모습이다. 일부 미션에서는 흑과 백이라는 단순한 계급 대결을 넘어서, 백수저를 압도한 흑수저에게 일정 시간 백수저의 권한을 부여하는 장치가 도입됐다. 여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만 발동되는 히든 룰까지 더해지면서 변수 설계와 공정성 사이의 균형을 노린 시도가 엿보인다.

 

물리적 제작 스케일 역시 확장됐다. 시즌1의 1000평 규모 세트를 넘어 시즌2는 동시 조리 가능 인원을 늘리고, 주방 설비를 더 전문화한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방송 장비와 조리 인프라가 결합한 형태로, 고해상도 촬영과 동선 설계, 설비 안정성을 고려해 셰프들이 실제 업장에서처럼 조리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OTT 환경에 최적화된 영상미와 명확한 동선 구분을 통해 시청 데이터 분석과 편집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산업적 관점에서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성과는 OTT 플랫폼 경쟁과 K콘텐츠 수출 전략에도 함의를 던진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 예능 포맷이 안정적인 시청 데이터와 재방문율을 쌓을 경우, 해당 포맷은 요리·서바이벌·계급 서사 등 장르 요소를 조합한 IP로 재가공될 여지가 크다. 같은 포맷을 기반으로 지역 버전 제작, 현지 셰프 캐스팅, 외식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등 수익 다각화 모델도 거론된다. 실제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았던 시즌1의 경험을 토대로, 특정 국가에서 인기가 높은 셰프를 중심으로 한 스핀오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마케팅 채널을 넘어 수요 예측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시즌1 당시 캐치테이블 예약 증가 사례처럼, 특정 출연자나 메뉴가 방송 직후 어느 지역, 어느 시간대에 예약이 몰리는지를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기획, 팝업 레스토랑, 식자재 유통 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OTT 시청 로그와 외식 예약 데이터가 연동될 경우, IT 기반의 정밀 마케팅과 메뉴 개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글로벌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K예능 포맷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려면 신규성뿐 아니라 재생산 가능한 구조가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리 서바이벌 포맷의 경우 이미 해외에 유사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해 차별화 포인트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흑백요리사2가 룰·연출·출연진 구성에서 얼마나 독창성을 축적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편 흑백요리사2는 지난 16일 1화부터 3화까지 공개된 상태다. 이후 내년 1월 중순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 순차 공개되며 총 13화로 구성된다. 산업계에서는 시즌2의 성적이 향후 K예능 포맷의 글로벌 수출 전략과 OTT-외식업 연계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 오프라인 소비를 잇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K콘텐츠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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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2#넷플릭스#플릭스패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