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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IP 개방한다…리플레이로 창작생태계 확장 기대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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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IP 오픈라이선스가 국내 게임 산업의 협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대형 퍼블리셔가 보유한 레거시 지식재산권을 외부에 개방해 인디 개발자와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2차 창작을 시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넥슨이 시작한 프로젝트 리플레이는 폐쇄적이던 IP 운영 방식을 전환해 개발 생태계를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IP 기반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등장했다.

 

넥슨은 자사 대표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외부 창작자에게 개방하는 IP 오픈라이선스 프로젝트 리플레이를 가동하고 베타 참가자를 모집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프로젝트 리플레이는 회사가 축적해 온 게임 IP를 활용한 2차 창작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대형 게임사의 IP 활용은 일부 파트너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이나 콜라보 이벤트에 머물렀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사전 선정된 IP에 한해 누구나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에 가깝다.

기술적 관점에서 리플레이의 핵심은 게임 제작에 바로 활용 가능한 원천 리소스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넥슨은 그래픽 에셋, 사운드, 세계관 설정 등 게임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를 모듈화해, 외부 개발자가 자체 엔진이나 상용 게임 엔진에서 재조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스프라이트 이미지와 배경 음악, 효과음을 그대로 가져와 2D 액션 게임이나 로그라이크, 모바일 캐주얼 게임으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넥슨은 복잡한 계약서 검토나 개별 심사를 최소화해, 이용자가 온라인 신청 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라이선스를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베타 오픈에서 넥슨은 어둠의전설 일랜시아 아스가르드 택티컬커맨더스 에버플래닛 등 총 5종의 IP를 먼저 개방한다. 모두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초창기를 대표했던 레거시 타이틀로, 이용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개발자에게는 탄탄한 세계관과 팬덤을 기반으로 한 실험 무대가 될 수 있다. 장르나 플랫폼 제한이 없는 만큼 원작의 세계관을 활용한 스토리 중심 게임, IP 기반 캐주얼 모바일 게임, 스트리밍용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시도가 예상된다.

 

시장 측면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인디 개발자와 1인 개발자, 소규모 스튜디오에게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과 아트를 설계하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고, 이미 시장 검증을 거친 IP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팬층이 두터운 고전 온라인 게임 IP를 활용할 경우, 초기 유저 유입과 커뮤니티 형성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공식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스트리밍용 미니게임이나 팬게임을 제작해 수익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IP 개방형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부 해외 게임사는 모드 제작 툴과 에디터를 공개해 유저 제작 콘텐츠를 흡수하거나, 팬게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운영해 왔다. 또 다른 기업들은 스팀 워크숍과 같은 플랫폼과 연계해 유료 모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넥슨의 리플레이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형 IP 오픈라이선스 모델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고전 온라인 게임 자산을 재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측면에서 해외 게임사의 리마스터·리메이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는 IP 소유권과 2차 저작물 수익 배분 구조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게임 IP는 캐릭터 디자인, 음악, 시나리오 등 다양한 저작권이 얽혀 있어, 어떤 범위까지 자유 이용을 허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넥슨은 베타 단계에서 IP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함께 IP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공해, 저작권 분쟁 가능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 매출 배분과 책임 소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업계 표준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참가자 지원 체계도 마련했다. 리플레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이나 팀 단위로 누구나 베타 참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선정된 프로젝트 파트너에게는 단순한 사용 허가를 넘어 전담 인력을 통한 협업과 피드백을 제공한다. 개발 과정에서 IP 해석 방향, 아트 일관성, 서비스 운영 전략 등을 조율해 브랜드 훼손을 막으면서도 창작 자유도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엄정현 넥슨 라이브본부 부본부장은 프로젝트 리플레이를 넥슨 IP의 잠재력을 외부 창작자와 함께 확장하는 첫걸음으로 규정하고, 더 많은 개발자와의 유연한 협력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넥슨의 행보가 다른 대형 퍼블리셔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장기간 서비스가 종료됐거나 수익성이 낮은 IP를 외부와 공유하는 방식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팬덤 유지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IP 훼손과 저작권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부 규정 마련이 필수 과제로 떠오른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국내 게임 생태계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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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리플레이#어둠의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