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SC 평양 첫발”…프라카리, 북한 야구 협력 논의→국제 관심 집중
수십 년간 침묵처럼 굳게 닫혀 있던 북한 야구 판에 변화를 예고하듯,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수장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의 방북으로 평양국제비행장은 오랜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의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박천종 북한 체육성 부상이 직접 현장에 나와 대표단을 맞이하는 광경은 북한 체육계의 이례적 움직임을 엿보게 했다. 프라카리 회장 방북 소식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파됐지만, 공식적인 WBSC 발표조차 없어 더욱 궁금증을 키웠다.
프라카리 회장이 이끄는 WBSC 대표단이 19일 평양에 입성하면서, 오랜 기간 소식이 끊겼던 북한 야구계와 세계 야구 행정의 소통 라인이 새롭게 이어질지 주목됐다. 박천종 부상은 농구선수 출신이자 과거 남북체육회담에 참석한 경험을 지닌 체육계 주요 인사로 꼽힌다. 중앙통신과 WBSC 측 모두 구체 일정이나 방북 목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전문가와 팬들은 '실질적인 협력 논의'에 방점을 찍었다.

1990년대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북한 야구는 2015년 남포의 공화국선수권대회 이후 공식 기록이 끊긴 상태다. 국제대회 출전 역시 1993년 아시아 선수권이 마지막이다. 반면 소프트볼은 상대적으로 조직 기반이 남아 있으나, 국제 무대 경쟁력에선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라카리 회장은 북한 내 야구, 소프트볼 보급과 저변 확대의 돌파구로 베이스볼 5를 집중적으로 권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 중국 소식통과 접촉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회장은 "북한에 야구소프트볼협회가 최근 신설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장 정통 야구 경기는 어렵지만 베이스볼 5라는 새로운 형태로 국제 연계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볼 5는 기존 야구의 장비 한계를 극복하며, 아프리카와 유럽에선 벌써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2026년 다카르 하계청소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북한도 글로벌 스포츠 흐름에 동참 응답을 모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 단위 야구 발전 논의가 막 걸음마를 뗀 북한의 상황에서, 이번 만남은 동북아 야구 지형의 변화뿐 아니라 소프트볼 등 다양한 구기 종목 저변 확대라는 전략적 의미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프라카리 회장의 꾸준한 관심과 현장 방문이 실제 협력의 결실로 이어질지에 세계 야구계의 관심이 쏠린다.
작은 변화의 가능성이 움트는 평양의 여름, 글로벌 야구의 도전과 연대는 한반도 스포츠 지형에 뜻깊은 질문을 남긴다. 프라카리와 북한 체육 당국의 이번 논의 결과는 조만간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