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합법적 피난처 자산”…블랙록 CEO 돌변, 안전자산 논쟁에 불 지펴
현지시각 기준 4일, 미국(USA) 뉴욕 금융권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글로벌 불안정과 재정 리스크 국면에서 ‘합법적인 피난처 자산’으로 규정하며 과거 회의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거둬들이는 발언을 내놨다. 이번 태도 변화는 전통 금융 시스템의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안전자산 개념을 둘러싼 국제 금융시장의 인식 재편을 자극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핑크 CEO는 비트코인에 대해 자신이 가졌던 초기의 의구심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적 자산을 넘어, 전통 금융 인프라가 압박을 받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각 기준 4일 공개된 발언에서 핑크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재정 건전성과 화폐 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개인과 기관이 선택하는 디지털 피난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핑크 CEO는 특히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지정학·거시경제 변수 간 연동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USA)과 중국(China) 간 무역 대화 진전이나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 관련 긍정적 진전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들면서 비트코인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 조정이 발생한다고 봤다. 반대로 각국 정부의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거나 법정통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비트코인이 개인 차원의 “재정적 안전장치”로 인식되며 매수세가 강화된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시각 변화에는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 확대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IBIT’의 옵션 거래량이 790만 계약을 넘어서며 미국 옵션 시장 거래량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점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TF 상품이 대형 파생상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비트코인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하나의 ‘제도권 자산’으로 흡수되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핑크 CEO의 발언처럼 비트코인을 곧바로 ‘안전자산’ 범주로 편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세다. 외신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비트코인은 12만 5000달러 선에서 고점을 찍은 뒤 9만 달러 수준까지 급락하는 등 단기간에 20%를 훌쩍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격한 변동성은 자산가치 보전과 완만한 가격 움직임을 중시하는 전통적 안전자산의 기준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장 행태도 안전자산 프레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은 위기 국면마다 금(Gold)과 유사한 방어적 성격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지만, 실제 가격 움직임은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등 위험자산과 강한 커플링 현상을 보여왔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할 때 비트코인이 주식, 특히 성장주와 함께 상승하고, 긴축이나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는 동반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당국 출신 인사도 보다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비트코인이 분산 포트폴리오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자산군 다변화 차원의 의미를 인정했다. 다만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IBIT 출시 이후 비트코인은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조정에서 각각 20~25%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거시경제 지표와 투자 심리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위험 자산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블랙록의 사업 구조를 감안할 때 핑크 CEO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이해관계 당사자로, 운용 자산 확대와 거래 활성화는 곧 수익성 개선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비트코인 안전자산’ 발언이 객관적 평가라기보다 자사 상품에 대한 신뢰 제고와 마케팅 효과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향후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IBIT와 같은 현물 ETF를 통해 연기금, 보험사,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헤지 수단으로 편입하는 흐름이 확산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변동성과 유동성 패턴도 함께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각국 규제 당국이 자본 규제, 공시 의무, 리스크 관리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향후 시장 성격을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2025년 글로벌 경제가 고금리, 지정학 리스크, 재정 불균형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한 만큼,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피난처’ 기능을 실제로 경험하게 될지 여부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한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여전히 유동성 장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위험 투기 자산으로 남을지에 따라 국제 금융 질서 내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주요 운용사와 규제 당국의 행보 속에서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수렴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