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로 공공의료 지원…코어라인소프트, 소프트웨이브서 성과 공개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격차 해소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며 흉부 영상 진단 AI를 실제 공공의료 현장에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단일 질환 보조를 넘어 폐 결절과 심혈관, 만성폐질환을 한 번에 분석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검진 효율을 높이고, 공공의료 중심 예방의료 체계 전환의 실질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공 영역에서의 신뢰 구축이 향후 의료 AI 상용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대전 소프트웨이브 2025에 참여해 공공의료 분야 의료 AI 구축 성과를 소개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AI 특별관에 참여했으며, 국가가 추진하는 AI 기반 의료시스템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 1차년도 성과 공개의 일환으로 자사 기술을 전시했다.

회사는 지난 1년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AI 기반 의료시스템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충청권 6개 공공의료원에 이른바 4in1 흉부 AI 플랫폼을 구축했다. 저선량 흉부 CT 1회 촬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 결절과 종괴, 관상동맥 석회화, 만성폐쇄성폐질환, 기타 이상 소견을 동시에 분석하는 통합 판독 시스템이다. 연말 기준 1만2000명 이상이 실제 검진과 진단 과정에서 해당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으며, 국내 공공의료원 차원에서 처음으로 AI 기반 흉부 통합 판독 체계를 도입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단일 알고리즘이 아니라 복수의 특화 AI를 워크플로우 상에서 연동해 한 번의 CT로 복수 질환 위험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폐 결절 탐지 AI는 병변 위치와 크기를 자동 표기해 조기 폐암 가능성을 조기에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관상동맥 석회화 분석 AI는 석회화 정도를 정량화해 향후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추정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분석은 폐 용적과 기도 협착 패턴을 계산해 폐 기능 저하 수준을 수치화한다. 이들 결과를 통합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면서 판독 시간을 줄이고 누락 가능성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코어라인소프트 측은 공공의료원 의료진이 CT 촬영 후 동일 시스템에서 여러 질환 위험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어 판독 정확도 향상과 더불어 피로도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문 흉부 영상의가 부족한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AI 분석 결과는 1차 선별 도구로 활용돼 판독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고 국가 차원의 예방 중심 검진 체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공의료 현장 적용과 병행해 임상 근거 축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서울시가 주관하는 2025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폐색전증 진단용 AI 소프트웨어 AVIEW iPE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확증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이 실증 사업은 혁신 기술을 실제 병원과 같은 현장에 적용해 효용성을 검증하고, 규제 허가와 상용화 단계까지 연계하는 구조다. 회사는 공공 테스트베드를 통해 실사용 데이터와 안전성 근거를 확보해 향후 국내외 허가와 수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멀티모달 AI 기반 차세대 의료 플랫폼 개발도 병행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220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멀티모달 AI 개발 국가과제에 참여해 CT 영상 기반 다중질환 분석 기술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통합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멀티모달 AI는 영상, 임상 기록, 생체신호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해 복합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로, 환자 맞춤형 위험 예측과 판독 요약, 리포트 자동 생성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이런 연구가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의료기관이 요구하는 통합 플랫폼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는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을 넘어 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된 통합 플랫폼 경쟁이 가속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흉부 CT 기반 폐암 및 심혈관 위험 평가, 폐색전증 탐지 AI가 허가를 받고 주요 병원으로 확산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에서는 공공의료 중심 시범 적용과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 병행되며 데이터 축적과 임상 근거 마련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을 위해선 다국가 임상 데이터와 다양한 인종·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이 필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규제와 제도 환경 역시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기반 영상분석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고 있으며, 확증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허가 여부를 심사한다. 동시에 보건당국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 내에서 의료 AI 활용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시범 사업은 향후 수가 적용과 국가 차원의 검진 프로그램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공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지역 예방의료 체계 고도화를 둘러싼 정책 방향에도 주목한다. 공공의료기관이 서로 다른 시스템과 형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해 온 탓에 AI 학습·검증에 쓸 수 있는 대규모 정제 데이터 구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번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의료정책과 연계된 장기 비전 수립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소프트웨이브 참가를 계기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공공의료 중심 AI 디지털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향후 공공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지역 예방의료 체계 고도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AI가 공공 영역에서 신뢰성과 효용을 입증할 경우, 민간 병원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산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의료진 책임 범위와 데이터 활용 윤리,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공공의료에서 시작된 의료 AI 디지털 전환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며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