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의약품수급 모니터링 고도화…식약처, 민관 거버넌스로 공급안정 모색

윤선우 기자
입력

의약품 수급 불안이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가 민간 전문단체와 함께 상시 감시체계를 고도화하며 공급망 안정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공급 차질 조짐을 조기에 포착해 긴급도입과 주문생산 등 공적 공급수단으로 바로 연계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희귀·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안정공급 거버넌스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현장의약품 수급모니터링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8개 전문단체를 대상으로 2025년 사업 운영 결과를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최근 개최했다. 네트워크는 2017년 구축돼 의료기관과 약국, 제약사, 유통사, 수출입업계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약품 공급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기 위한 구조로 운영돼 왔다.

이번 간담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 8개 단체가 참석했다. 진료 현장, 병원약제부, 도매유통, 제약바이오,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의약품, 수출입 등 공급망 전 단계가 참여하는 구조다.

 

현장의약품 수급모니터링 네트워크는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부족이 감지되는 품목을 신속히 포착해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 연결하는 정보수집 체계다. 수급 문제 발생 시 단순 재고 수준뿐 아니라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 타 성분 또는 제형으로의 대체 가능 여부, 치료 공백 최소화 방안 등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식약처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수입 독려, 유통조정, 대체품 권고, 긴급도입 등 조치 수단을 선택하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식약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2025년 한 해 동안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현장 의견을 행정지원과 긴급도입 조치에 반영해 의약품 수급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참여 단체에 감사를 전했다. 특히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올라온 공급 애로사항을 토대로 도입 우선순위와 물량 조정이 이뤄져, 공급 차질이 환자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네트워크를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공적 공급체계와 직접 연계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품절이 예상되거나 실제 부족이 확인된 품목에 대해서는 긴급도입과 주문생산을 적극 활용해 공적 물량을 확보하고, 이러한 절차를 평시에도 가동 가능한 상시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수급 이슈를 상시 논의하는 민관 통합 거버넌스 구축도 추진한다. 현재 개별 품목이나 사안별로 흩어져 있던 논의 구조를 묶어, 수급 위기 징후 파악부터 대체치료 권고, 공적 물량 배분까지를 하나의 의사결정 라인으로 통합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품목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의료현장 의견이 정책 설계에 즉시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식약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네트워크 운영을 한 단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참여 단체의 긴밀한 협조를 요청했다. 제약사와 유통사에는 수급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교하게 공유해 줄 것을, 의료계와 약계에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체감하는 부족 품목과 대체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여 단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원활한 의견 교환과 빠른 대응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지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필수의약품의 안정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들이 현장의 수용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추진되도록, 규제 완화와 지원정책을 균형 있게 설계해 달라고 제언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현장의약품 수급모니터링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현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기관과 협회, 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민관 공조 체계가 실제 공급 불안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현장의약품수급모니터링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