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역 동시가동 재해복구”…아이티센엔텍, 지방재정 시스템 안전판 강화
다중지역 동시가동 재해복구 기술이 지방재정 정보 인프라의 안정성을 끌어올릴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재정 업무 전반을 처리하는 통합지방재정시스템에 재해복구 구조를 고도화해, 대규모 장애나 재난 상황에서도 기초연금 지급과 지방보조금 집행 등 대국민 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공공 정보시스템 전반의 재해복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평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티센엔텍은 4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과 258억 원 규모의 통합지방재정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통합지방재정시스템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지출, 지방보조금 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가 핵심 재정 플랫폼으로, 연간 약 450조 원 규모의 재정 집행을 뒷받침한다. 이번 사업의 직접적인 목적은 범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와 같은 대규모 장애 재발을 막고,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해도 중단 없이 재정 관련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

아이티센엔텍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 분야 핵심 시스템 중 처음으로 다중지역 동시가동 재해복구 체계를 적용한다. AADR로 불리는 이 구조는 주 센터와 재해복구 센터를 모두 상시 가동한 채 데이터를 실시간 동기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재해복구는 주 센터만 운영하다 장애 시 예비 센터를 순차적으로 띄우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AADR은 애초부터 두 센터를 동시에 운영하며 평시에도 이중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술 난도가 높다.
특히 이번 기술은 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서비스가 전환되는 무중단 자동 대체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쪽 센터에 화재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센터가 즉시 업무를 인계받는 구조로 설계해, 데이터 유실 가능성과 서비스 단절 우려를 크게 줄이려는 것이다. 통합지방재정시스템 특성상 단 몇 시간의 중단만으로도 기초연금 지급 지연, 각종 건설 사업비 미지급 등 국가 경제 전반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금융권 수준의 고가용성 인프라가 요구된다.
아이티센엔텍은 두 센터 간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고 장애를 초 단위로 감지해 즉각 서비스 전환을 지원하는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와 서버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병목을 줄이고, 특정 구간의 장애를 이용자가 체감하기 전에 우회시키는 인텔리전트 라우팅 구조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센터 간 데이터 정합성을 유지해 전산 처리 결과가 어디서 조회하더라도 동일하도록 보장하고, 데이터베이스의 동기화 지연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해 신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한 축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SDN 확장 기술이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를 소프트웨어에서 중앙 제어하는 방식으로, 센터 간 트래픽 흐름을 유연하게 전환하고 정책을 일괄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티센엔텍은 AADR 구조에 SDN 확장 기능을 접목해 센터 간 통신망 환경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하고, 특정 구간에 트래픽이 몰릴 때 자동으로 분산하는 구조를 설계할 예정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가상화·자동화 기술은 공공 시스템에서도 민간 클라우드 수준의 탄력성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통합지방재정시스템은 지자체 예산 편성과 집행, 지방보조금 관리 등 재정 전주기를 다루는 만큼, 재해복구 체계 고도화는 단순 전산 안정성 확보를 넘어 지방행정 신뢰성과 직결된다. 각 지자체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연금, 복지, 지역개발 사업비 등을 집행하고 있어 장애 발생 시 주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ADR 기반 구조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경우, 시스템 중단 리스크를 줄여 지방재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공공 IT 인프라에서도 다중지역 재해복구는 점차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정부 정보시스템은 이미 주요 업무를 복수 지역 데이터센터에 분산 배치하고, 재난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 전환하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왔다. 국내에서는 민간 금융·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유사 개념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방재정 시스템에 AADR를 본격 도입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공공 정보화 전반에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이티센엔텍 관계자는 반복되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무중단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업을 통해 공공 분야 AADR 구축의 표준 모델을 확립하고, 국가 정보시스템이 멈추지 않도록 명확한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 결과가 향후 다른 행정·복지·재난관리 시스템으로 확산될지, 그리고 공공 IT 인프라의 안정성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