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반 E2E 자율주행 부상”…포티투닷, 테슬라 FSD 맞불→SDV 전략 분수령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이 일반도로 자율주행 시험 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며 자율주행 경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특히 테슬라가 감독형 FSD를 국내에 도입하며 미래 차 소프트웨어 패권을 겨냥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독자 자율주행 체계인 아트리아AI의 현실 주행 데이터를 대외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존재감 부각 시도로 읽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주차장까지 포괄하는 주행 장면을 공개한 행보가 SDV 전략의 속도와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이 공개한 영상 속 시험차는 현대차 아이오닉6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국내 도심 터널과 교차로를 통과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주차장 진입 후 보행자와 차량을 인식해 회피하고, 빈 칸을 탐색해 자율 주차를 수행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는 올해 3월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5에서 공개된 연구소 내부 도로 주행 영상보다 실제 도로 환경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험 주행의 핵심은 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담당 인공지능 아트리아AI의 구조에 있다. 아트리아AI는 8대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를 활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종단 간 학습 구조인 E2E 방식으로 처리해 판단과 제어를 수행한다. 라이다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 중심으로 도로 환경을 해석하는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카메라 기반 인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는 테슬라의 기술 노선과 맞물리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포티투닷은 아트리아AI를 내년 3분기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 SDV 페이스카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포티투닷의 영상 공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산 모델S와 모델X에 감독형 FSD 기능을 탑재하고 국내에 도입했으며, 연내 사이버트럭으로 적용 차종을 확대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감독형 FSD는 최종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주행 보조 기능에 머무르지만, 서울과 부산 등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비교적 매끄러운 주행을 뒷받침하는 사례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소비자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아트리아AI의 실제 도로 주행 장면을 공개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력의 현주소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테슬라에 편중된 미래 차 담론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티투닷의 시험 주행에 대해 넓은 차로 중심의 주행 상황이 주를 이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카메라 기반 인지와 보행자·장애물 대응 능력에 대한 고도화 여지는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라이다 대신 카메라 위주 센서 구성을 선택한 것은 원가와 양산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테슬라가 구축한 10년 이상의 데이터·소프트웨어 자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심 밀집 구간, 악천후, 복잡 교차로 등 난도가 높은 시나리오에서의 성능 검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티투닷을 둘러싼 사업적 맥락도 주목된다. 최근 송창현 전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 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분야 가시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연관 짓는 시각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포티투닷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테슬라가 10년 이상 준비한 것과 비교해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 열세에 놓였다고 인정하면서도, 양산 준비를 본격화한 지 2년 반 만에 현재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SDV 페이스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포티투닷의 행보가 현대차그룹 SDV 전략의 신뢰도를 가늠하게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편적인 시연 영상에 머물지 않고 일반도로에서의 데이터를 축적해 알고리즘을 정교화해야만 테슬라 감독형 FSD와의 체감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완전자율주행을 둘러싼 규제와 책임 소재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현대차그룹이 기술 개발과 더불어 보험, 법제, 인프라 분야와의 연계 전략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내년 SDV 페이스카 출시 시점 전후로 포티투닷의 아트리아AI가 어느 수준의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