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속도보다 체감품질”…정부, 서비스별 격차 공개
5G 품질 평가 기준이 평균 속도 중심에서 이용자 체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통신 3사의 성적표가 지표마다 갈렸다.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의 실측 결과에 따르면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KT가 가장 빨랐지만,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처럼 속도 안정성이 중요한 서비스에서는 SK텔레콤이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비단독모드 5G 구조와 서비스별 요구속도 개념이 품질 경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30일 2025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평가는 비단독모드 5G 환경에서 LTE 망이 동시에 활용되는 실제 운용 구조를 반영해, 5G와 LTE 품질을 함께 측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동시에 기존의 단일 평균 속도 지표에 더해 웹검색, SNS 숏폼, 영상회의, 고화질 스트리밍 등 서비스 유형별로 요구속도 충족률을 산정해 공개했다.

요구속도 충족률은 특정 서비스에 필요한 최소 속도를 실제 측정값이 얼마나 자주 만족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같은 평균 속도를 기록하더라도 속도 편차가 작고 일정하게 유지되면 충족률이 높게 나타나 체감 품질이 더 안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평가가 최신 단말과 최적 환경 중심이어서 실제 이용 경험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정이다.
올해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73.55Mbps로 집계됐다. 지난해 1025.52Mbps보다 약 52Mbps 줄어든 수치지만, 5G·LTE 동시 측정 방식이 새로 도입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비단독모드 구조에서는 하나의 LTE 기지국 자원이 5G 단말과 LTE 단말로 분산되기 때문에, 동시 측정 시 전체 평균 속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측정 환경 차이로 인해 전년 결과와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년과 동일하게 60개 지점만을 대상으로 한 비교 측정에서는 올해 전국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137.19Mbps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약 112Mbps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5G·LTE 동시 측정 기준 사업자별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KT 1030.26Mbps, SK텔레콤 1024.50Mbps, LG유플러스 865.88Mbps 순이었다. 수치상 KT가 가장 빠른 망 속도를 기록했지만, 서비스별 체감 품질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지역 유형별 평균 다운로드 속도도 격차가 컸다. 실내시설은 1057.90Mbps, 옥외지역 906.94Mbps, 지하철 928.67Mbps, 고속도로 585.42Mbps, 고속철도 393.01Mbps로 조사됐다. 도시 규모별로 보면 대도시는 1089.72Mbps, 중소도시는 995.96Mbps, 농어촌은 617.47Mbps로, 농어촌의 속도가 대도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밀도와 투자 여건에 따라 속도 격차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이다.
서비스별 요구속도 충족률을 적용하면 통신 3사 간 순위가 달라진다. 웹 검색, SNS 숏폼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전송속도를 요구하는 서비스에서는 통신 3사 모두 99퍼센트 안팎의 높은 충족률을 기록해 체감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반면 영상회의나 고화질 스트리밍처럼 대역폭과 지연 시간에 민감한 서비스에서는 사업자별 성능 차이가 두드러졌다.
100Mbps 이상이 필요한 고화질 스트리밍 기준 요구속도 충족률은 SK텔레콤 98.39퍼센트, LG유플러스 98.28퍼센트, KT 97.88퍼센트로 나타났다. 평균 속도는 KT가 소폭 앞섰지만, 일정 수준 이상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율은 SK텔레콤이 가장 높았고 LG유플러스, KT가 그 뒤를 이었다. 통신사가 동일 평균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순간적인 속도 하락과 지연 구간이 얼마나 적은지가 고화질 영상 시청 경험을 좌우한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 셈이다.
전국 기준 3사 평균 고화질 스트리밍 요구속도 충족률은 98.18퍼센트였다. 유형별로는 옥외지역 98.1퍼센트, 실내시설 98.73퍼센트, 지하철 98.56퍼센트, 고속도로 97.12퍼센트로 90퍼센트 후반대를 유지했다. 다만 고속철도 구간은 81.44퍼센트로 크게 낮았다. 고속 이동 환경에서의 기지국 전환, 커버리지 공백 등 기술적 난제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 규모별 고화질 스트리밍 요구속도 충족률은 대도시 99.08퍼센트, 농어촌 96.05퍼센트로, 농어촌이 대도시의 96.9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절대 수치는 높지만, 서비스 이용량과 투자 여건 차이를 감안해도 농어촌 체감 품질 격차가 일정 부분 존재하는 셈이다. 농어촌 공동망 구간만 놓고 보면 SK텔레콤 공동망 96.94퍼센트, LG유플러스 공동망 96.37퍼센트, KT 공동망 95.5퍼센트 순으로 집계됐다. 공동망은 통신 3사가 농어촌을 나눠 5G 망을 구축하고 서로 망을 공유하는 구조로, 비용 절감과 커버리지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정책성 인프라 모델이다.
정부는 이번에 통신사가 제공한 망 정보를 기반으로 한 품질평가와, 이용자가 직접 채운 체감 품질 평가를 비교해 차이도 분석했다. 이용자 참여 측정에서 전체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812.41Mbps, 업로드 속도는 66.02Mbps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 836.17Mbps, KT 811.49Mbps, LG유플러스 764.69Mbps 순으로, 정부 실측 평균 다운로드 속도 기준과는 다른 순위가 형성됐다. 실제 이용 환경이 단말 성능, 건물 구조, 시간대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이용자 측정값이 더 보수적으로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5G 품질 미흡 지역도 별도로 파악됐다. 정부는 다운로드 속도가 기준속도 12Mbps 미만인 측정 비율이 10퍼센트 이상인 구간을 품질 미흡으로 정의했다. 옥외 260개, 실내 300개, 교통노선 40개 등 총 600개 구역을 측정한 결과, 품질 미흡 지역·구간은 32개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지하철 13개 구간, 고속철도 19개 구간에서 품질 문제가 드러났다.
지하철의 경우 SK텔레콤과 KT가 각각 6개 구간, LG유플러스가 3개 구간에서 기준 미달 구간이 발생했다. 고속철도에서는 공동망 구축 사업자 기준 KT 구축 지역 11개, SK텔레콤 구축 지역 7개, LG유플러스 구축 지역 3개 구간에서 미흡 구간이 확인됐다. 고속 이동성과 지하 구조물이 결합된 환경이 여전히 5G 품질 관리의 취약지대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가 비단독모드 중심의 현행 5G 구조와 실제 이용 행태를 반영해, 평균 속도 경쟁에서 서비스 체감 품질 경쟁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웹 검색과 메신저처럼 속도 요구가 낮은 서비스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만큼, 향후 통신사 경쟁력은 고화질 영상,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 등 고대역폭·저지연 서비스에서의 안정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는 측정·평가 고도화와 함께, 취약지역 중심 투자 유도가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농어촌·지하·고속 구간은 수익성이 낮지만 공공성이 높은 영역으로, 정부 평가 지표에 반영되면 통신사의 투자 우선순위 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시에 비단독모드에서 단독모드로의 전환 과정에서, LTE 의존도를 줄이고 5G 전용 코어망을 통해 품질 편차를 줄이는 전략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실내, 지하, 교통시설, 농어촌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품질 측정과 평가 방식을 계속 고도화하고, 내년 상용화를 앞둔 5G 단독모드에 맞춘 새로운 지표 개발과 평가를 통해 통신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용자 평가 결과 하위 지역을 정부 품질평가 대상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만큼, 무선인터넷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품질 개선 압력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계는 새 기준이 실제 투자 방향과 요금제 경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