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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매년 쏴야 산업 산다"…대통령, 발사 공백 해소 주문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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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운용 전략을 둘러싸고 2029년부터 2032년까지 최대 4년간 발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발사를 전제로 한 투자와 예산 준비를 주문했다. 발사 간격이 길어지면 발사체 기술 검증 주기가 늘어날 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과 인력의 이탈로 우주 발사체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발언을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잇는 이른바 발사 공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에게 누리호의 발사 성공률과 향후 계획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윤 청장은 지금까지 누리호를 4차례 발사해 3번 성공했다며 성공 확률을 75퍼센트 수준으로 제시했다. 응답을 들은 이 대통령은 발사 횟수를 늘릴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매년 1회 이상 정기 발사 체계를 전제로 한 전략 재점검을 요구했다.

윤 청장은 누리호를 최소 10회 이상 반복 발사해 성공률을 90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11회를 쏴서 10번 성공하면 통계적으로 90퍼센트를 조금 넘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수준이 확보돼야 해외 위성 발사 수주 등 발사체 수출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는 90퍼센트대 성공률이 상업 운용의 사실상 최소 기준으로 인식돼 있다.

 

특히 윤 청장은 발사체 한 번을 올릴 때마다 수백 개에 이르는 소재와 부품, 장비 수요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연 1회 이상 발사가 예측 가능하게 유지돼야 부품 기업과 시험 설비 업체가 설비 투자 계획을 세우고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급 인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반복 발사는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우주경제 기반 산업 생태계 유지 장치라는 인식이다.

 

현재 예산 구조를 보면 누리호 관련 발사 예산은 5차와 6차 발사분이 확보돼 있고, 2028년 예정인 7차 발사 예산도 반영된 상태다. 윤 청장은 7차까지는 재정적으로 추진 가능하다고 보고됐다면서도 2029년부터 2032년까지 예정된 발사가 없어 사실상 비어 있는 기간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이 구간은 차세대 중형 발사체와 상용 발사 서비스 준비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겹쳐 연구 인력과 협력사의 연속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구간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설명을 들은 뒤 발사 공백 구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 결정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지금부터라도 추가 발사 계획을 확정해야 예측 가능한 주기로 발사가 이어질 수 있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중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통령이 한다고 확신하고 투자 준비를 하라고 직접 주문한 만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 정보 부처, 우주항공청 간 예산·제도 조율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누리호 반복 발사를 골자로 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현재 6차 발사까지 확정돼 있다. 2028년 7차 발사는 누리호 설계와 핵심 기술을 활용하는 이른바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 실패하면서 일정 지연 가능성이 거론된다. 8차 이후 발사 계획은 아직 구체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3년에서 최장 4년까지 국내 발사체 발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해외에서는 민간 중심 상업 발사 시장을 선점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등이 연간 수십 회에서 수백 회에 이르는 발사를 통해 기술 신뢰도를 높이고 산업 기반을 두껍게 쌓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반복 발사를 통한 발사 단가 절감과 고빈도 운용으로 글로벌 위성 발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유럽도 아리안 계열 발사체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도기 체계를 준비해 왔다. 이런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3년 이상 발사 공백 시나리오는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발사체와 위성, 우주탐사 사업을 묶는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되는 과정에 있다. 다만 예산 구조와 규제 절차, 지역 기반 발사장 인프라 확충 문제가 교차하면서 발사 주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와 국가재정 한도 안에서 대규모 반복 발사 사업을 어떻게 설계할지, 민간 위성 발사 수요와 연계한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누리호 후속 발사 여부가 단순한 성공률 숫자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국내 발사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 주도의 시험 발사를 지렛대로 삼아 민간 발사 서비스 기업을 키우고 상업 위성 발사를 유치하는 모델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술 개발 성과가 국내 산업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추가 발사 추진을 공식화할 경우, 발사 스케줄과 목표 성공률, 민간 참여 범위와 수출 전략이 포함된 세부 계획을 조속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 관계자와 산업계는 발사 공백이 현실화되면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협력사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일정 조율과 예산 반영의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연속 발사 체계를 구축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산과 제도 논의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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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누리호#우주항공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