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100선 16거래일 만에 회복…외국인·기관 2조원대 동반 매수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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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5일 외국인과 기관의 2조원대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4,100선을 되찾았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가운데서도 대형 반도체와 자동차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11월 조정 이후 투자심리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코스닥은 차익 실현과 개별 악재로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가 양 시장의 온도 차가 부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54포인트 상승한 4,100.05로 마감했다. 상승률은 1.78퍼센트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5.01포인트 내린 4,023.50에서 출발해 약세를 보였으나, 이내 상승 전환한 뒤 장중 상승 폭을 꾸준히 키우며 4,100선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4,100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달 13일 4,170.63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코스피 외국인·기관 2조원대 순매수에 4,100선 회복…코스닥은 0.55% 하락
코스피 외국인·기관 2조원대 순매수에 4,100선 회복…코스닥은 0.55% 하락

수급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9,918억원, 기관은 1조1,525억원을 각각 사들이며 동반 매수 기조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2조1,139억원을 순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확인됐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 8,797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현·선물 시장 동시 매수로 지수 상단을 끌어올렸다.

 

대외 여건은 다소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강화되며 3대 주요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9일 기준 한 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조정 기준 19만1,000건으로, 약 3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견조한 고용 흐름이 확인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약화됐고, 이는 글로벌 투자심리를 일부 제약했다는 평가다.

 

미 증시 내에서도 기술주 흐름은 종목별로 엇갈렸다. 엔비디아가 2.1퍼센트 상승한 반면, ASML은 2.7퍼센트 하락했고 마이크론도 3.2퍼센트 내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9퍼센트 떨어지며 차익 실현 압력을 받았다. 국내 증시는 이러한 미국 시장 조정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영향을 반영해 하락 출발했지만, 장중 외국인과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으로 방향을 틀어 상승폭을 확대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대표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14퍼센트 오른 10만8,4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도 0.37퍼센트 상승한 54만4,000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와 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대한 중장기 전망이 이어지며 반도체 섹터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업종도 급등세를 연출했다. 현대차는 11.11퍼센트 급등했고, 기아는 2.74퍼센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북미 지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점유율 확대 기대가 부각되며 자동차주 전반에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2차전지 업종의 강세도 지속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90퍼센트 올라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두산에너빌리티는 1.52퍼센트, KB금융은 1.48퍼센트 오르며 금융과 에너지 관련 대형주에도 수급이 개선됐다.

 

반면 제약·바이오주는 비교적 부진했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32퍼센트 하락하며 대형 제약·바이오 업종의 약세를 반영했다. 업종별 지수에서는 건설업이 6.04퍼센트 상승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고, 운송장비·부품 업종도 4.29퍼센트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전기·전자 업종은 2.33퍼센트 상승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 흐름을 재확인시켰다. 반대로 제약 업종은 1.28퍼센트, 오락·문화 업종은 1.21퍼센트 각각 하락해 성장주 일부에는 조정 압력이 이어졌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코스피 흐름에 대해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평가하며 11월 조정 이후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국내 기업 실적 개선 속도가 지수 추가 상승 여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차익 실현 매물과 개별 악재 영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09포인트 떨어진 924.74에 마감해 0.55퍼센트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0.92포인트 오른 930.75에서 출발하며 소폭 강세로 출발했지만, 장중 하락세로 전환한 뒤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3,174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02억원, 1,834억원을 순매도해 수급상 부담으로 작용했다. 성장주와 중소형주 중심인 코스닥 특성상 최근 단기간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쌓인 점도 지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거론된다.

 

개별 종목 이슈도 지수에 악재로 작용했다.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피하주사 제형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가 독일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2.04퍼센트 급락했다. 기술 이전과 로열티 기대가 반영돼 있던 만큼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닥 주요 2차전지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은 1.14퍼센트, 에코프로는 5.90퍼센트 상승하며 2차전지 업종 내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일부 바이오와 로봇 관련주는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5.17퍼센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7.20퍼센트, 리가켐바이오는 5.41퍼센트 각각 하락했다. 성장 기대가 큰 섹터에 단기 급등 부담과 실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 대해 코스닥은 최근 정부의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단기간 급등한 뒤 차익 실현과 코스피와의 키 맞추기가 나타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모멘텀에 선반영됐던 성장주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일보다 4.7원 내린 1,468.8원에 형성됐다. 국내 증시 반등과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이 맞물리며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환차익 기대를 높여 추가 자금 유입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거래대금은 양 시장 모두 활기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6조1,319억원, 코스닥 시장은 12조6,99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산한 거래대금은 9억1,123억원으로 나타났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동반 확대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코스피 중심으로 쏠리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흐름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와 주요국 물가·고용 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리 경로와 위험자산 선호도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정책 변수 등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가늠해 나갈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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