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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폭풍 고에너지 양성자 포착…우주환경센터, 위성 보호 경보체계 가동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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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활동 극대기가 본격화되며 위성 발사와 운용을 위협하는 고에너지 태양 입자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위성 내부까지 침투하는 100MeV급 양성자(고에너지 양성자)가 실제 관측되면서, 위성 전자 장비 오작동과 통신 두절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국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우주 방사선 리스크로 판단하고, 실시간 문자 기반 경보체계를 가동하며 우주환경 정보 서비스의 위성을 겨냥한 정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향후 한국형 위성 운용 안전 기준을 재정의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주항공청 우주환경센터는 태양활동 극대기로 인한 고에너지 양성자 증가에 대응해 100MeV 고에너지 양성자 경보서비스를 8일부터 정식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구 주변 우주환경을 실시간 감시해 일정 수준 이상의 100MeV 양성자가 포착되면 경보를 발령하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유지·해제 단계를 문자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대상에는 통신위성, 정찰위성, 지구관측위성 등 각종 국내 위성 운용 기관과 연구기관, 민간 수요자까지 포함된다.

100MeV 양성자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중에서도 에너지가 높은 축에 속하는 양성자로, 위성 외부 구조와 차폐재를 관통해 내부 전자 장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방사선 경보에 활용돼 온 10MeV급 양성자에 비해 침투 능력이 크게 높아, 반도체 칩 내부에 단일사건장애를 유발하거나 메모리 비트 전환, 전력계통 오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100MeV 양성자의 위성 내부 침투 능력은 10MeV 양성자보다 약 20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주환경센터는 2024년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우주환경예측센터와 유럽 등 해외 우주기상 기관의 사례를 바탕으로 100MeV 양성자 경보 발령·유지·해제 기준을 세분화했다. 단순 플럭스(입자 흐름) 감지 수준을 넘어, 위성 내부 탑재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계값을 설정해 위성 운용자가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 운용 가이드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를 반영한 신규 경보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기존 태양입자유입 경보 체계에서 고에너지 구간만을 분리한 독립 서비스를 구현했다.

 

실제 서비스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우주환경센터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1년간 국내 위성 운영기관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시스템은 미국 정지궤도 환경 감시 위성의 데이터를 포함한 다중 관측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 경보 발령 여부를 판단하는 실시간 알고리즘을 상시 가동했다. 시범서비스 결과를 바탕으로 오경보와 미경보를 줄이기 위한 임계값 재조정과 통보 메시지 문구 표준화 작업도 마쳤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100MeV 고에너지 양성자 경보는 문자서비스를 통해 제공된다. 태양입자 플럭스가 경보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실제로 초과가 확인되면, 위성 운용 기관에 사전 또는 실시간 경보가 발송된다. 위성 운영자는 이를 근거로 민감 장비의 전원 차단, 모드 전환, 태양전지판 자세 조정, 데이터 전송 일정 변경 등 보호 조치를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일반 개인과 단체도 우주환경센터 누리집의 예경보 알림서비스 신청·해지 페이지에서 수신을 신청할 수 있어, 연구자와 우주 스타트업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태양활동 극대기 진입으로 고에너지 입자 경보 빈도는 가시적으로 증가했다. 우주환경센터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태양활동 극대기 기간 동안 태양입자유입 경보는 2025년 11월 기준 총 144회 발령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전 극소기였던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76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태양활동 극대기에는 자기장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이 잦아지면서, 고에너지 양성자와 전자 등 입자가 지구 근처까지 다량 도달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국제적으로도 고에너지 태양 입자는 위성 운용과 발사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정지궤도 환경 감시 위성 GOES가 100MeV 고에너지 양성자를 실제 감지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기존 10MeV 기준에 기초한 경보체계만으로는 첨단 위성 시스템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정지궤도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 군사위성 등 장기 운용이 요구되는 위성은 누적 방사선량 증가에 민감해, 발사 전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에너지 입자를 고려한 차폐 설계와 소프트웨어 복원 알고리즘이 요구되는 추세다.

 

고에너지 양성자 유입은 위성 전자 장비의 이상 동작, 통신 장애, 궤도 유지 시스템 오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 소자 내부에서는 단일사건 upset과 latchup 같은 방사선 유도 오류가 발생해, 저장된 데이터가 비의도적으로 변경되거나 회로가 일시적으로 과전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위성 통신 링크에서는 갑작스러운 잡음 증가와 신호 감쇠로 지상국과의 교신 품질이 저하되고, 극단적인 경우 위성 제어 명령 수신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발사체의 경우 탑재체 전자 장비가 강한 방사선 환경에 노출될 때 센서 오류와 제어 시스템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 우주기상 상황에 따라 발사 일정이 조정되는 사례가 잦다.

 

글로벌 우주기상 기관들은 이미 고에너지 양성자를 포함한 다중 에너지 대역에 대한 경보를 제공하며 위성 산업과 발사 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NOAA와 NASA, 유럽우주국 등은 정지궤도 감시 위성과 극궤도 관측 위성, 지상 자기장 관측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우주방사선 지수를 산출한다. 한국 우주환경센터의 100MeV 고에너지 양성자 경보서비스는 이러한 글로벌 경보 체계 구조를 참조하면서도 국내 위성 운용 패턴과 운영기관의 요구를 반영해 설계된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는 정찰위성과 통신위성, 지구관측위성, 소형 위성군 등 다양한 위성군이 단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우주환경 경보체계의 정밀도는 향후 우주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위성 운용 수명 연장과 서비스 가동률을 극대화하려면, 설계 단계의 방사선 내성 확보와 함께 운용 단계의 우주기상 기반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에너지 양성자 경보는 우주보험, 발사 일정 수립, 위성 성능 보증 계약 등 금융·법률 영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산업 전반의 위험 관리 체계 재정립 요인으로도 꼽힌다.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우주방사선 경보 활용을 의무화하는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정부가 우주환경 정보를 국가 인프라 보호의 공공재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향후 위성 개발·운용 가이드라인에 우주환경 데이터 활용 조항이 반영되거나, 발사 승인 과정에서 우주기상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이 요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 표준기구와 우주기상 협의체에서는 위성 설계와 운용에 필요한 방사선 환경 기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나현준 우주환경센터장은 100MeV 고에너지 양성자는 위성 장비를 직접 손상시킬 수 있는 수준의 고위험 입자로, 이번 정식 서비스 개시는 국내 위성의 안전 운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환경센터는 앞으로도 위성 피해 예방과 우주환경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예경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우주산업계는 이번 경보체계가 실제 위성 운용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될지, 그리고 향후 우주기상 기반 위험 관리가 표준 절차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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