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내란 위기 극복한 건 국민”…이재명, DJ 노벨상 25주년에 ‘국민 노벨상’ 언급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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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해석 경쟁이 다시 달아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5주년을 맞아 국민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거론하면서, 내란 위기 극복 서사를 국민에게 돌리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5주년을 기렸다. 이 대통령은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한 위대한 대한국민이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나란히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5년 전 오늘 김 전 대통령님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며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평생 헌신한 삶에 세계가 보낸 찬사이자 존경의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김 전 대통령이 계시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산업 정책을 구체적으로 상기했다. 이 대통령은 “IMF 국제통화기금 국난 속에서도 IT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 ‘팔길이 원칙’으로 문화·예술을 장려한 혜안 덕에 디지털 강국, 문화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과 문화산업 진흥을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업적으로 짚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진전과 정권 교체 역사도 연결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로 민주주의 토대가 한층 단단해졌기에 지난겨울 내란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이 공방을 벌여온 내란 위기 담론을 언급하면서, 제도권 정치보다 국민의 선택과 저항이 위기를 넘긴 동력이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국회 앞 집회 장면도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앞에 모였던 수많은 ‘김대중들’의 용기와 연대는 전 세계에 새로운 희망과 영감을 줬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국회 인근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을 상징화하며, 국내 정치 상황을 국제 사회에 울림을 준 사건으로 평가했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메시지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역시 대통령께서 걸어오신 길 위에 있다”며 “치열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실용적인 ‘상인의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한 표현을 차용해, 원칙과 실용을 결합한 국정 기조를 재확인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철학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통찰을 나침반 삼아 어떤 난관과 시련에도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국민 뜻을 따라 걷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평화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내란 위기 책임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국 수습의 주체를 국민으로 재규정하며 정치권 자제를 촉구하는 간접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와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일과 노벨평화상 수상일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 왔다. 여야는 향후 정기 국회와 각종 기념행사에서 김대중 정신을 둘러싼 해석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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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김대중전대통령#노벨평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