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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엔 홍콩 감성도 레트로 무드도 있다”…미식과 취향을 걷는 새로운 여행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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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해변 명소 대신 골목 뒤편, 감성이 깃든 미식 스팟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예전엔 남의 도시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취향과 감정의 지도를 따라 걷는 부산만의 매력이 일상이 됐다.

 

부산의 대표적인 골목 탐방지는 미식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사랑받는다. 부산진구의 스완양분식 부산시청점에선 아버지의 방식을 계승한 손맛 가득한 돈가스 한 접시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부드럽게 깨운다. 매일 새벽 신선한 고기를 준비하고, 직접 우려낸 소스와 크림 수프는 그 어떤 기성품보다 깊다. “여기 오면 엄마가 싸준 도시락 생각이 나요.”라는 방문객의 고백도 낯설지 않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산의 신규 카페와 셀프 사진관, 미식 공간 관련 검색량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산을 여행한 2030세대 10명 중 7명이 ‘음식과 분위기가 좋은 곳’ 위주로 동선을 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온다. 동래구 명륜동의 단성무이 동래점은 마치 홍콩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비밀스런 입구와, 셰프가 직접 선별한 특A급 식재료로 내는 도넛샤브, 산더미 수육전골 등으로 이색적인 저녁을 선사한다. 전통 빵집 ‘이흥용과자점 부산대직영점’은 1995년부터 이어온 명장의 집념과 정성이 더해져, 매장마다 빵 굽는 향기와 삶의 리듬을 전한다. “빵 하나를 사도 부산에 사는 기분이 나서 좋았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로컬 감성 리부트’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한나는 “요즘 여행객은 새로운 명소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열광한다. 그래서 직접 사진을 남기거나, 수작업 음식에 더 끌린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해운대 해리단길의 디어마이유스 해리단점처럼, 90년대 일본방이나 미국 하이틴 다락방을 재해석한 셀프 스튜디오는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방문객의 취향을 자극한다. “스튜디오에서 친구랑 웃다보면 내가 이 도시 속 한 페이지가 되는 것 같다”는 청춘의 목소리도 SNS엔 자주 올라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 부산은 그냥 바다만 보는 곳이 아니다”, “밥 한 끼, 사진 한 장에도 특별함이 있다”는 공감이 속속 이어진다. 여행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삶의 일상에서 취향과 휴식을 찾는 법을 다시 배우는 모습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산을 누비는 길 위에서 발견한 레트로 무드와 미식의 조각들은, 누구에게나 오롯이 오늘을 남기는 새로운 여행의 이유가 돼준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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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완양분식#이흥용과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