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수소 연구로 본 여성 방귀 악취…뇌 건강 단서 될까
황화수소 같은 장내 가스가 단순한 악취를 넘어 뇌 질환 연구의 실마리로 거론되고 있다. 여성 방귀 냄새가 더 강하다는 속설에 실제 과학적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장내에서 만들어지는 황화수소가 신경세포 보호와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 억제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업계와 연구계는 방귀 냄새의 원인 물질이 향후 뇌 질환 표적 치료 물질로 이어질지 여부를 중장기 연구 과제로 보고 있다.
미국 위장병 전문의 마이클 레빗 박사는 1998년 진행한 인체 실험에서 여성 방귀 속 황화수소 농도가 남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위장 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16명을 모집한 뒤, 직장에 연결한 튜브와 가스 주머니로 구성된 채집 장치를 착용하게 했고, 가스 배출을 촉진하기 위해 강낭콩과 완하제를 투여해 일정 시간 동안 배출되는 방귀를 모두 수집했다. 채집된 가스 조성을 정량 분석한 결과, 방귀 악취의 핵심 원인은 황 화합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썩은 달걀 냄새로 잘 알려진 황화수소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실험에서 남성이 전체적인 방귀 배출량은 더 많았지만, 여성 방귀에서 황화수소 농도는 남성보다 뚜렷하게 높게 측정됐다. 레빗 박사 연구는 소규모 파일럿 규모이지만, 장내 미생물 대사 차이와 성별에 따른 황 화합물 생성량의 편차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후 관련 연구의 인용 근거가 되고 있다. 황화수소는 장내 세균이 단백질과 황 함유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며, 소량만으로도 후각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하는 특성을 가진다.
악취 물질로 인식돼 온 황화수소는 고농도에서는 호흡 억제를 유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만, 생체 내에서 아주 낮은 농도로 존재할 때에는 신경세포 보호에 관여하는 신호 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화수소는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을 화학적으로 변형해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돼 왔고, 이 과정이 신경세포 간 시냅스 신호 전달 효율과 연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뇌 노화가 진행되거나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는 이러한 신호 조절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황화수소가 뇌 기능 유지에 기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021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진은 황화수소 운반 화합물 NaGYY를 활용해 동물 모델에서 이 같은 가설을 검증하는 예비 실험을 진행했다.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보유한 실험용 쥐에게 12주간 NaGYY를 투여하자, 미처치 대조군에 비해 인지 기능과 운동 능력이 약 50퍼센트 개선되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는 물속 플랫폼의 위치를 기억해 탈출하는 공간 학습 능력이 향상됐고, 전반적인 활동성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NaGYY가 체내에서 서서히 황화수소를 방출해 신경세포 손상을 완화하고 시냅스 기능을 보존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이번 동물실험 결과는 황화수소가 단순 독성 가스가 아닌 가스형 신호전달 물질로서 뇌 질환 치료제 후보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연구팀은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동물 모델은 인간 알츠하이머 병리의 일부만 모사하는 한계가 있고, 투여 용량과 노출 기간, 전신 독성 여부 등 임상 적용 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는 것이다. 황화수소가 관여하는 생화학 경로 자체가 복잡해, 장기 투여 시 다른 장기 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여성 방귀에서 높은 농도로 측정된 황화수소가 실제로 여성의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장내에서 생성된 황화수소 대부분은 장벽과 간 해독 시스템을 거치며 빠르게 대사되고, 극히 일부만이 전신 순환이나 뇌로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악취의 원인과 치료 표적 분자를 혼동해 일상적 방귀 배출을 건강 관리 수단으로 과장하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는 황화수소를 정밀하게 제어해 약물 형태로 전달하는 약리학적 접근이 연구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황화수소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뇌를 잇는 장뇌 축 개념과 맞물려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타깃 영역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장내 세균 구성이 황화수소 생성량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특정 미생물을 조절하는 프로바이오틱스나 식단 기반 인터벤션이 장내 황화수소 농도, 나아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된다. 실제 제약·바이오 기업 일부는 황화수소 관련 효소를 조절하는 저분자 화합물과 황화수소 방출 약물 플랫폼을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혈관 질환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황화수소를 포함한 가스형 신호전달 물질을 겨냥한 신약 후보들이 전임상 단계에서 활발히 검증 중이다. 미국과 유럽 연구기관들은 황화수소 방출 화합물의 구조를 미세하게 조절해 방출 속도와 조직 선택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후보는 심근 허혈 보호, 염증 억제 등 다른 적응증에서도 효과가 관찰됐다고 보고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연구진도 장내 미생물 유전체 분석과 대사체 데이터를 연계해 개인별 황화수소 생성 패턴을 규명하는 정밀의료 연구를 추진하는 추세다.
규제 측면에서 황화수소 기반 치료제는 독성 가스 이미지를 가진 만큼 안전성 검증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의약품 규제 당국은 고농도 노출 시 독성 리스크를 감안해 용량, 투여 경로, 장기 노출 영향 등을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체 임상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임상 단계에서 호흡기, 신경계, 심혈관계에 대한 독성 시험을 충분히 수행하고, 체내에서 방출되는 실제 황화수소 농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도 병행해야 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방귀 악취 차이 같은 대중적 호기심이 장내 가스와 뇌 질환 간 연관성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정 성별이나 개인을 낙인찍는 방식의 과도한 해석보다는, 황화수소를 포함한 장내 대사 산물을 정량적으로 이해하고 질병 표지자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황화수소가 실제 신약 타깃으로 검증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초 연구 수준에 머물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