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지분 1.06% 모두 넘겼다…홍라희, 상속세 재원 마련 속 이재용 지분 20.99%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보유하던 삼성물산 지분 1.06% 전량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넘기기로 하면서, 삼성 상속세 납부 일정의 막바지 국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이동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반을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 속에서도, 상속세 재원 마련 전략과 맞물린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은 2일 공시를 통해 홍 명예관장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보통주 180만8천577주 전량을 이재용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여일은 내년 1월 2일로 예정됐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번 증여 후 이 회장의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율은 기존 19.93에서 20.99로 올라 20대 초반을 형성하게 된다. 반면 홍 명예관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0이 된다.

이번에 이전되는 지분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20년 별세한 뒤 2021년 4월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홍 명예관장에게 넘어갔던 물량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 기준 이 지분 가치를 약 4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최대 주주가 이미 이재용 회장이라는 점에서, 1%포인트 안팎의 지분 보강이 경영권 안정성에 미치는 추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재계 전반에서 나온다.
이번 증여와 관련한 세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세법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에는 할증과세가 적용된다. 세율 구조와 할증 규정을 반영해 추산할 경우 홍 명예관장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2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실효 세율이 약 60%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홍 명예관장은 삼성물산 외에 삼성전자 지분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그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 10월 삼성전자 주식 1천만주를 매각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9천797만8천700주에서 8천797만8천700주로 줄었고, 지분율도 1.66에서 1.49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서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처음으로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은 연부연납 방식으로 분납 중인 상속세 납부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최근 홍 명예관장의 지분 매각과 증여가 연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후 발생한 대규모 상속세를 2021년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선택했다. 이 연부연납은 내년 4월 마지막 회차 납부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명예관장의 삼성물산 지분 증여가 상속세 재원 조달과 동시에 장기적인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정리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미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보가 곧바로 지배력 확대나 계열사 지분 정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공존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삼성 일가의 상속세 최종 납부 이후 지분 구조 변동 여부와 함께, 삼성물산을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재계 안팎에서는 상속세 연부연납 종료 시점과 맞물려 삼성 측의 추가 지분 정리나 계열사 구조 재편 논의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과 시장은 향후 삼성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 가치와 투자자 보호, 지배구조 투명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