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흐린 하늘 아래 천년 숲길을 걷는다”…해남, 고요한 자연과 전망에 물드는 여행
라이프

“흐린 하늘 아래 천년 숲길을 걷는다”…해남, 고요한 자연과 전망에 물드는 여행

장서준 기자
입력

여행을 준비할 때 날씨를 먼저 확인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엔 맑은 날만이 여행의 적기라 여겨졌지만, 흐린 하늘 아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도 이제는 여행의 소중한 일상이 됐다.

 

7일 전라남도 해남에는 두터운 구름이 머물렀다. 오전 11시 기온은 27도 내외. 자외선 지수는 ‘보통’, 미세먼지 수치는 ‘좋음’ 수준으로 대기는 맑았지만, 뺨을 스치는 공기는 부드럽게 눅눅했다. 우산을 들 일이 걱정스럽기보단, 오히려 땀과 햇살을 피해 여유롭게 자연을 거닐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셈이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흥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흥사

이런 날씨 속에서는 해남의 천년 고찰 대흥사가 빛을 발한다. 두륜산 자락에 숨어든 절집을 따라 숲길 사이로 걷다 보면, 짙은 그늘과 어우러진 청량한 숲 내음이 흐린 날의 적막함과 어우러져 깊은 평온을 준다. 경내에 들어서면, 산사 특유의 고요함이 한결 더 두드러진다. “숲에 깃든 운치는 맑은 날보다 흐릴 때 오히려 더 선명하다”고 여행자들은 느꼈다.

 

땅끝마을은 한반도 육지의 끝자락에서 남해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다. 게다가 땅끝전망대에 오르면, 흐릿한 풍경 너머로 펼쳐지는 남도의 끝 풍광이 묵묵하게 여행자를 맞는다. 엘리베이터로 쉽게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인데, 멀리까지 뻗은 바다선 위로 안개가 가늘게 내려앉아 제법 운치를 더한다.

 

이제 해남 명량해상케이블카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울돌목 해협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 오르면, 바다와 산이 동시에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흐린 날에는 해무 너머로 퍼지는 잔잔한 풍광이 사뭇 특별하다. “맑은 날의 화려함과 또 다른 차분함이 이곳엔 있다”고 여행객들은 고백했다.

 

여름이면 땅끝송호해수욕장이 관광객들을 부른다. 햇볕이 뜨거운 날과 달리, 흐린 날의 해변은 적당한 그늘에 적은 인파로 조용함이 무기다. 바닷물은 시원함을 더하고, 가족들과도 한가로이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오히려 흐린 날에만 만날 수 있는 해남의 얼굴이 있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다. “차분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을 땐 구름 낀 해남이 제격”이라는 체험담도 이어졌다.

 

여행지는 날씨가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는다. 특히 해남은 흐린 하늘 아래서도 자신만의 느린 속도로 여행자 곁에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장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해남#대흥사#땅끝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