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치료 효과 확인”…만성 요통, 약물 없이도 증상 개선
만성 요통 환자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제시되고 있다. 호주 맥쿼리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정신적 접근법인 ‘인지기능 치료(Cognitive Functional Therapy, CFT)’가 약물 없이도 허리 통증을 장기간 낮추고, 일상 이동성을 높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만 48세 평균 연령의 만성 요통 환자 1000여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3년에 걸쳐 임상 시험을 설계했다. 기존 진통제 또는 자가 관리 방식과, 순수 인지기능치료, 그리고 인지기능치료와 바이오피드백 결합 프로그램을 각각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기능치료를 받은 두 그룹이 모두 12주 동안 7회 심리상담 및 이후 6개월간의 추가 코칭만으로 기존 약물치료군보다 통증이 더 완화됐으며, 활동의 자유도 또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이하게도 바이오피드백(생체반응 훈련) 병용 여부는 별도의 추가 이점이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인지기능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환자가 신체 감각,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 통증에 대한 해석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는 심리적 기법이다. 기존 약물·물리치료 중심과 달리, 비약물적 접근만으로 통증 개선 효과가 상용 임상에서 반복 확인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영국 관절염 연구재단에 따르면, 허리 통증은 현지에서만 약 900만 명에게 영향을 줄 만큼 주요 만성질환군으로 꼽힌다. 그러나 통증의 기전, 원인 진단의 한계 탓에 환자 상당수가 장기 약물 사용과 반복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미치는 산업적·의료적 파장은 작지 않다. 실제 미국·유럽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심리·행동 중재가 만성 통증 분야에서 점차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약물 처방 남용 방지, 약물 부작용 리스크 감소, 재활 비용 효율화 등 점진적 성과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이번 임상은 사용된 심리 치료 기법이 기존 약물요법과 견주어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데 의의가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신체와 심리가 분리돼 있다는 이분법적 치료를 넘어, 환자 스스로 인지와 감정, 움직임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CFT가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관련 규제와 보험 급여 확대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적 보완이 병행될 때, 비약물적 만성질환 관리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심리치료가 실제 임상 현장에 더 폭넓게 적용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