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국인 41만주 내던졌는데"…한화오션, 실적 퀀텀점프 기대에 기관 39만주 순매수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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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주가가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방산 수주 기대를 바탕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전망이 커지면서 장중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기관이 물량을 대부분 흡수하며 주가 하단을 방어하는 모습이 나타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단기 노무·사법 리스크가 부담으로 남아 있지만, 내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과 KDDX 사업자 선정 이슈가 맞물리며 중장기 모멘텀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8시 41분 현재 전 거래일과 같은 11만3,100원에 거래되며 숨 고르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주가는 이달 1일 10만5,000원을 단기 저점으로 찍은 뒤 12일까지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반등을 모색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8~11일 4거래일 가운데 3거래일 상승했지만 11만5,000원 부근에서 매물 부담에 막히며 뚜렷한 방향성 탐색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5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선 반면, 거래량이 전일 대비 급감해 매수·매도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분석] "내년 영업익 1.3조 전망"… 한화오션, 외국인 매도 폭탄에도 기관이 '39만 주' 쓸어담은 이유 (제공:AI제작)
[분석] "내년 영업익 1.3조 전망"… 한화오션, 외국인 매도 폭탄에도 기관이 '39만 주' 쓸어담은 이유 (제공:AI제작)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간 강한 손바뀜 현상이 두드러졌다. 11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41만9,411주를 순매도해 지분율을 9.6%까지 낮췄다. 제이피모간,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가 매도 상위를 주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11월 중순 10.3%에서 9%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기관은 같은 날 39만9,279주를 순매수해 외국인 물량 대부분을 받아냈다. 시장에서는 기관의 매수가 내년 실적 개선을 겨냥한 중장기 자금 유입으로 해석되며, 주가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시가총액은 약 34조6,553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총 17위에 올라 있는 대형주다. 상장주식수는 약 3억641만 주로 유통 물량이 적지 않은 편이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동종 조선주와 비교하면 외국인 비중 9.63%는 경쟁사 30%대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외국인 비중이 낮다는 점은 향후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경우 주가의 상승 탄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이른바 빈집 효과 기대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024년 실적 기준으로는 부담이 있지만, 이익이 급증하는 2025년 전망치를 반영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적 측면에서는 2024년이 적자 국면을 마무리하는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2023년까지 이어졌던 적자 흐름을 끊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2,379억 원, 당기순이익 5,281억 원의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2025년 실적 전망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내년 한화오션 영업이익은 올해 예상치의 약 5.5배 수준인 1조3,248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도 12조9,000억 원 안팎으로 늘어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는 빅사이클 진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과 당좌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며 과거 발목을 잡았던 재무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되는 모습이다.

 

주가를 둘러싼 펀더멘털 요인으로는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방산 사업 확대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상선 시장에서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부각된다. 특히 7조8,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쟁사와의 치열한 수주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경쟁사의 보안 사고 페널티 가능성이 부각되며 한화오션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 캐나다의 100조 원 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서도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성능과 납기 준수 이력 등을 앞세워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어 수주 잔고 확대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노무·ESG 측면의 변화도 투자 포인트로 주목받는다. 한화오션은 최근 사내 협력사 직원에게도 본사 정규직과 동일한 비율인 기본급 15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업계 특유의 인력난과 노사 갈등 완화를 노린 조치로, 정부가 노동 개혁의 모범 사례로 평가하면서 ESG 측면에서 우호적인 시선을 끌어냈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우려가 제기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숙련공 확보와 공정 안정화를 통해 생산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조선업 내 인력 구조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실험적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와의 비교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에 비해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가 더딘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방산과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등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해상풍력 설치선을 조기에 인도하면서 보너스를 수령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기술 신뢰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경쟁사보다 낮고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남아 있어, 향후 꾸준한 이익 창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로 지적된다.

 

단기 주가 전략 측면에서는 11만 원선 지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음에도 외국인 매도 공세가 계속될 경우 주가는 박스권 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12만 원선 돌파가 본격적인 추세 전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적인 투자자에게는 20일 이동평균선 근방인 10만8,000원대를 1차 지지선으로 삼는 보수적 접근이 제시된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KDDX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 시점 전후로 뉴스 흐름을 주시하면서 분할 매수 전략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투자자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돌발 악재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제재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과 함께 단기 주가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추이도 조선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글로벌 경기 지표와 주요국 통화정책 흐름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조선·방산 수주 동향과 외국인 수급 회복 여부가 한화오션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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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kddx#조선업슈퍼사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