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인기 지시, 일반이적죄인가” 여인형 세번째 구속 기로…법원 심문 공방
평양 무인기 침투 지시 의혹을 둘러싼 정치·군사적 충돌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추가 구속 여부를 놓고 법원으로 옮겨 붙었다. 12·3 비상계엄 수사의 핵심 피고인인 여 전 사령관을 두고 내란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혐의 성립과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 이정엽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20분까지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심문을 진행했다. 여 전 사령관은 평양 무인기 투입 등으로 일반이적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심문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군사 도발 시도라는 점을 들어 혐의의 중대성과 추가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이른바 여인형 메모를 거듭 제시하며, 사전 구상과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메모는 2024년 10월께 작성된 것으로, 내부에는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 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김정은 휴양소 등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문건이 북한 지역을 겨냥한 드론 작전 계획과 비상계엄 명분 조성을 연계한 기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 측은 메모 등 사실관계 상당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법리상 일반이적죄 성립은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평양 무인기 투입이 군사적 판단과 대비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며, 헌법상 적국을 이롭게 하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하는 일반이적죄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고 맞섰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공방에서 양측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도 첨예하게 맞부딪쳤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반성 의사를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여전히 진술 회유나 자료 훼손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부터 1년 가까이 구속 상태에 있었고, 그 사이 특검 수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된 만큼 이미 대부분 증거가 확보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 전 사령관의 가족·사회적 기반 등을 언급하며 도주 우려도 현실성이 낮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문 말미에는 여 전 사령관이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하며 추가 구속영장 기각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10일 여 전 사령관을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법원에 다시 한 번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 여 전 사령관의 1심 구속기간은 오는 1월 2일까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별도의 사건이나 혐의로 다시 기소되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면 법원 심사를 거쳐 추가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다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 요원들을 출동시켜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지난해 12월 31일 군검찰에서 처음 기소됐다.
군검찰은 구속 만기를 앞둔 지난 6월 23일 여 전 사령관을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같은 달 30일 영장을 발부해 여 전 사령관의 구속 상태는 연장됐다.
이후 내란특검팀은 평양 무인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기소하고, 세 사람 모두에 대해 추가 구속을 법원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긴장을 높인 뒤 이를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지난해 10월께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영장 심사 결과는 12·3 비상계엄 수사의 향방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여 전 사령관의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그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등 서로 다른 혐의로 잇따라 세 차례 구속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지난해 12월 첫 구속 이후 약 1년 만에 석방되며 방어권 행사 폭도 넓어질 수 있다.
특검팀은 이미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추가 구속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2일 김 전 장관 구속 심문을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의 현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25일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 여부를 판단할 심문 기일은 오는 23일로 잡혀 있으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 만료일은 내달 18일이다.
법원은 여 전 사령관을 포함한 핵심 피고인들의 추가 구속 여부를 순차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 수사는 내년 상반기 재판 일정과 맞물려 정치권 공방과 여론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