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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새 개발법인 딜로퀘스트 출범…IP 신작 강화 포석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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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지식재산권 기반 장기 운영 모델이 중요해지면서 대형 게임사의 개발 전문 자회사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넥슨이 신규 개발 법인 딜로퀘스트를 세우고 핵심 인력을 집중 배치해 자사 IP 신작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내놓았다. 내부 퍼블리싱과 해외 서비스 경험을 겸비한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업계에서는 넥슨의 개발 조직 재편이 중장기 성장 구도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넥슨은 5일 신설 개발 법인 딜로퀘스트 설립과 초대 대표 선임을 공식화했다. 딜로퀘스트는 넥슨코리아가 지분 100퍼센트를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출범했으며, 넥슨이 보유한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체계적인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설계됐다. 기존 라이브 게임 운영 조직과 분리된 독립 개발 스튜디오 체계를 강화해, 대형 신작부터 실험적 시도까지 개발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대표이사에는 김종율 넥슨코리아 퍼블리싱라이브본부 부본부장이 올랐다. 김 대표는 2008년 넥슨 입사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 버블파이터, 마영전, 메이플스토리2 등 주요 IP의 해외 서비스와 퍼블리싱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바람의나라 연과 프라시아전기 등 프로젝트의 라이브 퍼블리싱을 총괄하며, 개발과 퍼블리싱, 글로벌 서비스 간 연계를 조율해 온 경험을 쌓았다. 업계에서는 신설 법인의 수장이 퍼블리싱과 라이브 운영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수익 모델과 서비스 구조를 반영해,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기 운영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드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딜로퀘스트에는 이태성 총괄디렉터가 개발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해 개발 조직을 이끈다. 이태성 총괄은 넥슨 핵심 개발 인력을 다수 영입해 신설 법인의 코어 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내년 공개 채용을 통해 개발팀 규모를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PC와 모바일, 콘솔 등 멀티 플랫폼을 겨냥한 신작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기존 IP 확장형 프로젝트와 신규 IP 발굴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도 모색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게임 개발 측면에서 딜로퀘스트 설립은 내부 조직 효율화를 넘어 기술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게임 업계는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제작, 실시간 운영 데이터 분석, 대규모 동시 접속을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등 IT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넥슨 입장에서는 신설 개발 법인에 이러한 기술 요소를 선제적으로 내재화해, 개발 파이프라인 전체에 데이터 분석과 운영 자동화를 반영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라이브 퍼블리싱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이 초기 설계 단계에 참여하면, 이용자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밸런스 조정과 패치 사이클 최적화 같은 운영 전략이 게임 구조에 직접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 측면에서는 딜로퀘스트가 넥슨의 IP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실무 축이 될 전망이다.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등 장수 IP를 다수 보유한 넥슨은 모바일과 콘솔,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을 꾸준히 시도해 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급 신작 발굴이 과제로 지적돼 왔다. 새로운 개발 법인은 이러한 IP를 재해석하거나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타이틀을 기획하는 전담 조직으로 기능해, 경쟁사 대비 신작 출시 간격을 줄이고 서비스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보면, 넥슨의 이번 행보는 대형 게임사의 스튜디오 분사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내외 게임사는 이미 내부 개발 조직을 IP 단위나 장르 단위로 세분화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체 엔진 개발, 인공지능 활용 툴체인 구축, 크로스플랫폼 파이프라인 정비 등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는 개발 스튜디오 간 경쟁도 치열하다. 넥슨은 그동안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와 기존 IP 수명 연장에 강점을 보여 왔지만, 차세대 플랫폼과 신흥 시장을 겨냥한 대형 신작 면에서는 공격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딜로퀘스트 설립은 이 같은 평가를 의식한 전략 조정으로 볼 수 있으며, 개발 자회사에서 첫 성과를 내는 시점이 향후 넥슨의 글로벌 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 재편이 산업 구조와 제도 환경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게임 개발 전문 자회사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대신, 인력 유치와 보상 체계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기술 인력에 대한 스톡옵션, 프로젝트 단위 성과 보상, 글로벌 인재 리크루팅 등 인사 전략 고도화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다만 게임 산업 전반에서 인력 쏠림 현상과 과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신설 법인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개발 조직을 확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종율 대표는 새로운 개발 법인에서 넥슨의 개발 역량을 집중해 많은 이용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작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딜로퀘스트가 어떤 첫 프로젝트를 내놓느냐에 따라 넥슨의 IP 전략과 기술 투자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조직 개편이 단발성 인사 차원을 넘어, 넥슨의 장기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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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딜로퀘스트#김종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