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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4호로 군집위성 겨냥…한컴인스페이스, 우주데이터 사업 시동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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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기업 한컴인스페이스가 첫 자체 제작 위성 세종 4호의 교신에 성공하며 우주 데이터 비즈니스 전면 확대에 나선다. 초소형 지구관측 위성이 자력으로 목표 궤도에 안착하고 지상국과 양방향 통신을 확보하면서, 회사가 추진해 온 위성 설계부터 제작, 운용, 데이터 분석까지 전 주기 수직계열화 전략이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한컴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에서 위성 체계 종합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향후 군집위성 기반 지구관측 데이터 시장에서 국내외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보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2일 세종 4호가 지상국과의 양방향 교신에 성공해 목표 저궤도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세종 4호는 지난달 27일 새벽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우주로 올라갔다. 위성은 발사 후 네 번째로 분리되는 사출 과정을 거쳤고, 28일 밤 11시 40분 지상국에서 위성 상태를 확인하는 교신 절차를 마쳤다. 초기 교신은 위성 전원, 태양전지 전개, 자세 안정화 등 임무 수행을 위한 필수 상태를 점검하는 단계로, 해당 과정 통과는 위성의 정상 궤도 진입과 운영 가능성을 뜻한다.

이번에 교신에 성공한 세종 4호는 6U급 초소형 위성으로, 가로 200밀리미터, 세로 100밀리미터, 높이 340밀리미터 크기다. 고도 약 600킬로미터 저궤도에 배치됐으며 약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궤도를 따라 하루 평균 15회 가량 지구를 선회한다. 초소형 위성에 탑재된 광학 장비는 지상에서 약 5미터 수준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해상도의 다중분광 영상을 촬영한다. 다중분광 영상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등 여러 파장을 동시에 관측해 토지 이용 변화, 농업 생육 상태, 수자원 관리, 재난 감시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되는 데이터 형태다.

 

세종 4호가 확보한 영상과 센서 데이터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위성 데이터 통합 플랫폼 인스테이션을 통해 수집·가공된다. 인스테이션은 서로 다른 위성, 기상, 지상 센서 데이터를 묶어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AI 알고리즘을 통해 대량의 시공간 데이터를 자동 분류하고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회사는 세종 4호 데이터와 다른 위성 기반 관측 결과를 융합해 농업 생산성 예측, 산불·홍수 모니터링, 도시 열섬 분석 등 맞춤형 분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히 세종 4호는 실시간 운영체제인 NEOS RTOS 기반으로 한컴인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비행 소트프웨어를 탑재했다. 비행 소프트웨어는 위성 자세 제어, 궤도 유지, 탑재체 제어, 데이터 전송 등 실질적인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두뇌에 해당한다. 상용 운영체제를 변형하는 수준이 아닌, 위성 임무 환경에 최적화한 RTOS 기반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 운영 기술 국산화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향후 동일한 운영체제와 비행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위성 플랫폼에 공통 적용해 설계 비용을 줄이고, 군집위성 운용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세종 4호는 기존 세종 시리즈와 비교해 개발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 앞선 위성은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비중이 컸던 반면, 이번 위성은 시스템 설계부터 체계 종합, 임무 기획, 지상국 운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컴인스페이스가 직접 수행했다. 위성 체계 종합 기업으로서 독자 기술 체계를 갖췄다는 의미로, 향후 공공기관, 지자체,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위성 제작 사업 진출 여지도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점에서 세종 4호는 군집위성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내년 3월 초분광카메라를 탑재한 세종 3호를 민간 발사체인 스페이스X 팰컨9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초분광카메라는 442개 파장 대역을 동시에 촬영하는 초분광 센서로, 다중분광보다 세밀한 스펙트럼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광물 탐사, 정밀 환경 감시, 미세 조류 번식 상태, 대기 중 오염물질 분석 등 보다 고부가가치 분야에 데이터를 공급할 수 있다. 세종 4호와 세종 3호를 포함한 다수의 소형 위성을 네트워크로 묶으면, 동일 지역을 더 자주 재방문하는 군집위성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데이터 수집 밀도와 시간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글로벌 우주 데이터 시장에서도 소형 위성 군집과 AI 분석의 결합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기 규모의 관측 위성을 띄운 민간 기업들이 기상, 물류, 보험, 금융에 특화된 분석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농업 보험 손해율 예측, 공급망 리스크 관리, 기후 리스크 평가 등에서 우주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분석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세종 시리즈와 인스테이션,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합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실제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의 위성 영상 규제, 데이터 주권, 군사·안보 관련 제한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고해상도 지구관측 영상의 해외 판매에는 수출 통제 제도와 각국 보안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민간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둘러싼 국가 간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주산업 진흥법과 정보보호 관련 법제 정비에 따라 민간 위성 데이터 서비스의 사업 영역이 달라질 수 있어,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기존 AI 재난 관리, 스마트시티, 국방·치안 솔루션에 위성 관측 데이터를 접목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산불 조기 탐지나 산사태 위험 지역 예측에서 지상 센서, 드론, CCTV에 위성 영상을 더해 시야를 넓히고, 딥러닝 기반 분석으로 상황 인지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회사는 세종 4호 위성 운용 안정화와 후속 위성 발사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 군집위성 기반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세종 4호 교신 성공을 통해 위성 제작부터 운용, 데이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며, 고품질 영상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분석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우주 데이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는 한컴인스페이스가 세종 시리즈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군집위성 상용 서비스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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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인스페이스#세종4호#누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