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폭음과폭식이간때린다…연말모임, 위질환까지번진다

신도현 기자
입력

연말 모임이 몰리는 시기마다 반복되는 폭음과 폭식이 간과 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라는 이유로 이어지는 과음과 과식은 일시적인 소화불량을 넘어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급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장기가 조용히 손상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과도한 음주와 식사 패턴 변화가 연말 이후 건강 상태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술자리 이후 나타나는 소화불량, 속쓰림, 더부룩함은 일종의 경고 신호에 가깝다. 간은 알코올 해독을 감당하지 못한 채 혹사당하고, 위는 과도한 음식과 자극성 안주에 의해 쉴 틈 없이 자극을 받는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승한 교수와 간센터 이영선 교수는 연말 술자리가 야기할 수 있는 소화기 및 간 질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경고했다.  

과식이나 폭식은 위를 비정상적으로 팽창시키고 위 점막에 기계적인 자극을 가해 위산 분비를 늘린다. 이러한 변화는 상복부 불편감, 더부룩함, 트림 증가, 소화 지연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연말처럼 짧은 기간에 폭식이 반복될 경우 위 배출지연과 위장운동저하가 생기거나 기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과 위식도역류질환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다.  

 

기름지거나 염분과 향신료가 많은 안주는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위 점막의 방어능력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점막이 손상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며, 자극이 반복되면 급성 위염을 유발하거나 기존에 있던 만성 위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위 점막이 약해진 상황에서 미란이나 궤양으로 진행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식이 생활습관처럼 누적되면 식사 후 통증, 속쓰림, 조기 포만감, 구역감 같은 증상이 만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편감은 다시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스트레스가 소화기 기능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단순히 음식 섭취량이 많았던 한두 번의 경험으로 치부했던 패턴이 결국 위 기능과 구조 전반에 영향을 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폭음은 간의 해독 기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이 반복적으로 간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지방이 간에 축적되는 지방간이 형성된다. 일정 수준을 넘는 음주가 습관처럼 이어질 경우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초기 간 질환이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동안에도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로감과 무기력감이 지속된다면 간 손상의 신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폭음은 간 조직에 섬유화를 일으키고, 이 과정이 진행되면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변은 단순한 기능 저하 수준을 넘어 복수, 황달, 출혈 위험 증가 등 다양한 합병증과 연관된다. 많은 사람이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신 정도로 인식하는 사이 간은 반복된 알코올 노출에 가장 먼저,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 손상된 간이 회복되는 속도는 느리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회복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연말 모임이 잦은 시기일수록 자기 조절을 통한 예방이 중요해진다. 전문가들은 공복 음주를 피하고, 식사는 천천히 적정량만 섭취하며, 술은 기분이 가벼워지는 수준에서 한두 잔으로 제한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라고 조언했다. 물을 자주 마셔 체내 알코올 농도를 희석하고, 염분과 기름기가 많은 자극적 안주는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과 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연속된 술자리를 피하고, 음주 후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확보하는 것도 핵심 관리 포인트로 제시됐다. 수면 부족과 알코올이 겹치면 간의 회복 속도가 더 늦어지고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분위기보다 자기 관리를 우선하는 선택이 새해까지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생활습관 관리 기술이 확산되면서 개인이 스스로 음주와 식습관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도구도 늘고 있어, 연말 건강 관리의 방식이 점차 데이터 기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생활습관 관리 기술과 의료 조언이 결합된 형태가 소화기와 간 질환 예방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연말모임#폭음폭식#지방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