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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헌법에 영토 조항 신설 땐 NLL 분쟁 우려"...전략연, 서해 국경충돌 경고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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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군사 충돌 위험과 북러 밀착이 겹치며 안보 라인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둘러싼 국경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차기 주북한 러시아 대사로 거론된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됐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1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연 제76차 통일전략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헌법 개정 가능성을 분석하며 서해 정세 악화를 우려했다.  

이기동 연구위원은 "북한이 9차 당대회의 당 규약 개정, 이어 최고인민회의의 헌법 개정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하면 영토 조항, 북한식 표현으로 주권행사영역이 개정 사항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NLL을 내해로 하는 국경선을 획정했을 개연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NLL을 항해하는 우리 군함과 어선은 북한 입장에서 국경선을 침범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해상에서 심각한 국경분쟁이 예상되고, 이는 남북관계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해에서의 우발 충돌이 단기간에 통제 불가능한 군사적 긴장으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는 취지다.  

 

분석의 전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밝힌 헌법 개정 구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헌법에 영토, 영해, 영공 규정이 없다며 "헌법의 일부 내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위협했다.  

 

이기동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남측과 국제사회에 제시한 요구 사항을 들어 남북관계 전망도 어둡게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단, 비핵화 언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내년 남북관계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라고 표현하며 외교·군사 채널을 통한 위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같은 포럼에서는 러시아 외교 라인 변화가 한반도 정세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사망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의 후임으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안보 수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부임할 수 있다는 하마평이 소개됐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발표에서 마체고라 대사가 사망하기 전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풍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두 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가 북한에 정치적 신뢰를 준다는 차원에서 러시아 유력 인사인 쇼이구 서기의 북한 대사 부임에 의미가 없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쇼이구 서기는 2012년부터 12년 동안 러시아 국방장관을 지낸 군부 핵심 인사로, 지난해 5월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둘러싼 대북 교섭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이력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쇼이구 서기가 실제로 평양에 부임할 경우, 북러 군사협력과 무기 거래, 정보 공유가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구축해 온 대북 제재 공조 체계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이날 포럼 발표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안보 당국 안팎에선 북러 밀착과 북한 헌법 개정 움직임이 맞물릴 경우, 서해와 북핵, 군사기술 협력을 축으로 한 새로운 안보 리스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북러 동향과 북한 헌법 개정 논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향후 외교·안보 부처 합동으로 대응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서해 방어 태세와 북러 군사협력 파장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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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김정은#쇼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