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가 오히려 호재”…미국 뉴욕증시, 금리 인하 기대 속 혼조 상승 마감
현지시각 3일, 미국(USA) 뉴욕증시가 민간 고용 둔화와 서비스업 지표 개선이라는 상반된 경제 신호 속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노동 시장 냉각이 통화 완화의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주요 지수는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으나, AI 관련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술주 전반의 상승 폭을 제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6% 오른 47,883.14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0.30% 상승한 6,849.98에 마감하며 우량주 중심 강세를 재확인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0.17% 오른 23,454.09로 장을 마쳤으나, 다른 지수 대비 상승 폭이 작아 투자 심리의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04/1764799810840_412146788.jpg)
이날 증시를 이끈 것은 무엇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였다. 민간 고용 동향을 보여주는 ADP 보고서에서 고용이 3만 2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긴축 종료와 통화 완화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90% 수준까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용 둔화가 오히려 유동성 확대 기대를 키우는 이른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 효과가 다시 부각된 셈이다.
서비스업 지표도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11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으로 집계돼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50을 웃도는 수치는 서비스 부문이 확장 국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물가 관련 하위 지수는 65.4로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에드워드 존스 애프터마켓 보고서는 “서비스업 활동의 견조함이 주식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며 기술주 일변도 장세보다는 산업재·헬스케어 등 순환적 섹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주에서는 개별 이슈가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일부 인공지능(AI) 제품의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AI 수익성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불안이 투자자들 사이에 남으며 엔비디아(NVIDIA), 애플(Apple) 등 주요 빅테크 종목에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그 결과 나스닥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반면 금리 인하 기대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히는 중소형주는 강하게 반등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1.83% 급등한 2,510.03을 기록하며, 자금이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와 중소형 섹터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16.08로 3.07% 하락해, 단기적인 공포 심리가 완화됐음을 시사했다.
환율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12월 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7원으로 전일 대비 2.5원 하락해, 글로벌 리스크 선호 회복과 금리 인하 기대가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큰 한국 투자자들의 평가액 변동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종목별로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가 장을 주도했다. 테슬라는 4.11% 급등한 446.88달러에 마감해 ‘매그니피센트 7’ 내에서도 독보적인 강세를 보였다. 11월 초 462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최근 다시 상승 탄력을 받으며, 금리 인하 기대로 고성장주 선호가 재점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반대로 AI 반도체 대표주 엔비디아는 1.04% 하락한 179.58달러에, 애플은 0.71% 내린 284.15달러에 마감해 180달러, 285달러 선을 각각 내줬다. 마이크로소프트(-2.44%), 메타 플랫폼(-1.16%), 아마존닷컴(-0.87%) 등 주요 빅테크도 약세를 보여 기술주 내 종목 간 차별화가 뚜렷해졌다.
AI·첨단 기술 관련 중형 성장주들도 방향성이 갈렸다. 양자 컴퓨터 관련 기업 아이온큐(IonQ)는 3.66% 오른 48.65달러를 기록했고,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는 3.18% 상승한 176.11달러에 마감했다. 팔란티어는 AI 소프트웨어 수요 확대 기대가 꾸준하게 반영되며,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맞물려 주가 상승을 이어갔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 투자 행태도 눈에 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집계에 따르면, 결제 시차를 감안한 12월 2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은 176조 8,739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1조 1,782억 원 늘었다. 미국 증시 변동성에도 한국 투자자들이 조정보다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매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목별로는 ‘저가 매수’ 전략이 두드러진다.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25조 680억 원으로 하루 새 2,555억 원 증가했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 국면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테슬라 보관금액은 39조 2,255억 원으로 여전히 1위지만 전일 대비 668억 원 감소했다. 이는 테슬라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환율 변동, 평가액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레버리지 ETF를 활용한 공격적 투자 성향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지수 강세에 베팅하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는 6.33% 급등했고, 테슬라 강세에 연동된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TSLL)는 8.15% 상승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기대 속에서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선호하는 투자 수요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장기 흐름을 보면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선호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2025년 12월 현재 미국 주식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총 보관금액은 236조 5,268억 원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기록한 최고치 249조 4,165억 원과 비교하면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상반기 꾸준한 증가세 이후 9·10월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가, 미 대선 이후 정책 방향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연말에는 관망과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이 병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증시는 여전히 핵심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 230조 원이 넘는 한국 자금이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와 연준 통화정책은 한국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상했다. 뉴욕증시가 고용 둔화를 근거로 한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연준의 실제 결정이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 선호 심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과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맞물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증시 재편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