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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수요가 폭발한다"…바이오의약품, 의약품시장 40% 장악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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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항체·유전자재조합 등 복잡한 생물학적 제제로 구성된 바이오의약품은 고부가가치 치료 영역을 중심으로 비중을 키우며, 전체 의약품 시장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통계를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의약품 패권 경쟁의 본격적인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바이오의약품 산업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6323억 달러, 한화 약 906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6퍼센트 성장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협회는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2028년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9742억 달러, 약 1397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내 위상도 뚜렷해졌다. 지난해 기준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 전체 의약품 시장 매출의 40퍼센트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상위 품목 구성을 보면 변화가 더 극명하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2위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3위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로 집계됐다. 세 품목 모두 바이오의약품이며,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6개가 바이오의약품으로 채워졌다. 고가이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은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이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시장 판도 역시 바이오 중심 구조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약 65퍼센트 비중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제조와 연구개발 거점으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난도 생산 설비와 규제 경험, 임상 시험 생태계를 갖춘 국가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구도가 재확인된 셈이다.

 

국내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5조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생산, 수출, 수입 실적이 모두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6.6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확대되고, 해외 진출 품목이 늘어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품목별로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이 국내 시장 구조를 사실상 견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은 전체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58.1퍼센트, 수출의 87.1퍼센트를 차지했다.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은 세포 내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만든 뒤 이를 정제해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슐린, 성장호르몬, 항체의약품 등 다양한 치료제에 활용된다. 복잡한 제조 공정과 품질 관리 역량이 필요하지만, 한 번 생산기반을 구축하면 대량 생산과 글로벌 공급이 가능해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와 항체의약품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유럽과 미국 시장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체 기반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확장하며 대량 생산 설비와 글로벌 허가 경험을 빠르게 축적해 왔다. 협회는 이 같은 흐름이 생산과 수출 증가세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세부 제제별로는 백신, 독소, 항독소 등 다양한 바이오 제제에서도 고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감염병 대응 경험을 거치며 백신 생산 인프라가 확장됐고, 미용·치료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등 독소 제제도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했다. 협회는 여러 제제가 동시에 성장하면서 특정 품목 의존도를 분산시키고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전반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과 규제 환경도 변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확대에 맞춰 국내 규제기관이 임상 3상 시험 면제 추진과 심사 절차 간소화 등 규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3상 면제는 해외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실제 사용 경험을 일정 부분 인정해 국내에서 반복적인 대규모 임상을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으로, 바이오시밀러와 일부 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진입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또한 최근 CDMO 특별법 통과도 산업 구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CDMO는 위탁개발생산 기업을 뜻하며, 바이오의약품 개발사가 공정 개발과 생산을 전문 CDMO에 맡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모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관련 인허가 절차와 세제·인프라 지원 근거가 마련되면서, 국내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허브로 육성하려는 국가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지원 체계를 통해 대량 생산시설, 품질관리 시스템, 인력 양성 등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허가 심사와 보험 등재 기준을 고도화하며 바이오의약품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약가·허가 제도 개선과 규제 혁신을 통해 생산 기지와 임상 시험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바이오의약품 산업 경쟁이 단순한 연구개발 속도를 넘어, 규제 효율성과 생산 거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전략 경쟁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수요 확대와 규제 혁신, CDMO 특별법 통과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리며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구조적 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와 GLP 1 계열 치료제 등을 포함한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국내 기업이 규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술과 생산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보고서가 변화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중장기 투자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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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