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회복·재무개선”…일동제약, 신용등급 상향에 속도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비용 구조 조정이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재확인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3일 일동제약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플러스로 한 단계 올렸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감축으로 수익성이 회복되는 동시에, 차입금 축소와 자본 확충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점을 종합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선택과 집중 기조의 연구개발 투자가 제약사의 재무 레버리지 관리와 신용도 방어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왔다. 과거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출원가율 상승과 대규모 연구개발비 집행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 영업적자가 이어졌지만, 2024년 들어 인력 감축과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의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순주 한국기업평가 기업3실 연구원은 2024년을 기점으로 실적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3년까지 이어진 영업적자 국면이 2024년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짚었다. 지난해 일동제약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1.1%포인트 개선된 2.1%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역시 2.8%로 집계돼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 단계에서의 손익 구조가 안정되면서 기업어음 신용등급 상향의 기초 체력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영업 외부 요인도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일동제약은 영업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파생상품 평가 및 처분이익 228억원 등 영업외수익을 인식해 2024년 3분기 누계 기준 18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를 통해 462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 효과가 더해지면서 자본 규모가 전년 말 대비 크게 불어났다. 그 결과 2024년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3.0퍼센트, 차입금 의존도는 27.1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져 주요 재무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는 일동제약의 수익성 회복이 단기 효과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선별적 연구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한 비용 관리 전략이 유지될 경우, 영업이익률 개선과 차입 부담 완화가 맞물리며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안정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약업 특성상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입은 필수지만, 유망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조정하고 비핵심 인력을 정비하는 방식이 신용도 방어에 기여하는 구도로 해석된다.
매출 측면에서는 기존 주력 처방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브랜드의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후루마린 항생제, 라비에트 위궤양 치료제, 피레스파 폐섬유증 치료제 등 기존 주력 품목의 견조한 판매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일반의약품 대표 브랜드인 아로나민류가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신용등급 상향의 근거로 제시됐다.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이 신약개발과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지탱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고금리와 글로벌 원가 부담, 임상 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동시 압박을 받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런 환경에서 일동제약처럼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고 차입 의존도를 낮추는 사례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변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신용도 개선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추가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제약산업의 특성상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다시 필요해지는 국면이 도래할 수 있어,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 회복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프라인 성과와 매출 기반이 어느 수준까지 확장되는지에 따라 향후 신용도 추세가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일동제약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이 비용 구조 조정과 선택적 연구개발 전략이 결합할 경우 재무안정성과 신용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향후 실제 실적과 파이프라인 성과가 이 흐름을 뒷받침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