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0선 회복…AI 거품론 재부각에 외인·기관 동반 매도
인공지능 AI 산업 거품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 출발 후 낙폭을 일부 되돌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개인이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방어하는 양상이다. 향후 미국 통화정책과 기술주 수익성 재평가 흐름에 따라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오전 10시 52분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48포인트 1.57퍼센트 하락한 4,101.68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코스피는 113.42포인트 2.72퍼센트 급락한 4,053.74로 출발한 뒤 장중 같은 수준인 4,053.74까지 밀렸으나 이후 저점에서 서서히 이탈하며 4,100선을 되찾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2.3원 오른 1,476.0원에 개장하며 원화 약세로 출발했다. 환율 상승과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자금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된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수급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개인의 대규모 매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862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고, 기관도 1,882억 원 규모를 순매도 중이다. 반면 개인은 7,64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 매물을 받아내는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매도 우위가 확인된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5,842억 원 매도 우위를 기록 중이며, 개인도 1,647억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대로 기관은 코스피200선물에서 7,63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현물과 선물에서 엇갈린 대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프로그램과 헤지 포지션 조정을 병행하며 시장 변동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12일 뉴욕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마감해 국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퍼센트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는 1.07퍼센트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1.69퍼센트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뉴욕 시장에서는 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마진 악화 가능성을 언급해 AI 관련 업종 전반의 이익률 둔화 우려를 키웠다. 오라클의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문제가 부각되며 성장 기대가 조정을 받았고,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기술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위험자산 선호를 낮추는 변수가 됐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주요 인사들은 물가와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긴축 기조 유지에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러한 해외 요인과 AI 거품론 재부각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는 현재 3.31퍼센트 내린 10만5,3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3.50퍼센트 떨어진 55만1,000원에 거래되며 반도체 대표주의 동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성장주에 대한 글로벌 재평가 흐름이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방어적 성격의 바이오 종목은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49퍼센트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고, 셀트리온도 0.64퍼센트 상승하고 있다. 반면 경기 민감주와 지수 핵심 대형주는 약세가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99퍼센트 하락했고, SK스퀘어는 4.87퍼센트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39퍼센트 떨어졌고, HD현대중공업도 3.32퍼센트 하락했다. 현대차는 1.99퍼센트, 삼성물산은 1.76퍼센트 각각 내리는 등 주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변동성의 방향이 뚜렷하게 갈렸다. 금속 업종은 3.81퍼센트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제약 업종도 2.33퍼센트 상승했다. 종이·목재 업종은 0.64퍼센트 올랐고, 섬유·의류와 화학 업종도 각각 0.57퍼센트, 0.39퍼센트 상승했다. 반면 건설 업종은 4.78퍼센트 하락하며 낙폭이 컸고, 전기·전자 업종도 반도체 약세 영향으로 2.94퍼센트 떨어졌다. 의료·정밀 업종은 2.66퍼센트 내렸고, 운송장비·부품과 기계·장비 업종도 각각 2.10퍼센트, 2.07퍼센트 하락했다.
중소형 성장주가 중심인 코스닥 시장도 약세 출발 후 낙폭을 줄이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1포인트 0.24퍼센트 내린 935.13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은 11.74포인트 1.25퍼센트 떨어진 925.60에서 출발해 장중 921.09까지 밀리며 하락 폭을 키웠으나 이후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코스닥에서도 수급은 외국인과 기관 매도, 개인 매수 패턴이 이어졌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49억 원을 순매도 중이고, 기관도 752억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은 1,078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하락 구간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유가증권·코스닥 양 시장에서 동시 순매수에 나선 점을 들어 단기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로보티즈는 5.12퍼센트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고, 에이비엘바이오는 3.37퍼센트 오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1.48퍼센트, 코오롱티슈진은 0.86퍼센트 상승 중이다. 반면 파마리서치는 3.17퍼센트 내리고 있고, 리노공업은 2.67퍼센트 하락했다. HLB는 1.87퍼센트 떨어졌고, 에코프로도 0.99퍼센트 하락하는 등 일부 대표 성장주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내 증시가 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글로벌 재평가, 연준의 매파 기조,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 대기라는 복합적인 대외 변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외국인과 기관은 위험 관리 차원의 비중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개인은 낙폭 확대 구간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 수급 구도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 경제지표 결과와 연준 발언 방향, 글로벌 기술주의 실적·가이던스 흐름에 따라 외국인 수급과 환율, 국내 증시 변동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