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단풍과 천년 고찰”…합천에서 만나는 가을의 평화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일상에서 벗어나 합천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은 오래전엔 멀게만 느껴졌던 고찰과 산, 생태공원이 어느새 일상에 여유를 더하는 여행지가 됐다고 말한다. 단풍이 고운 가야산과 잔잔히 흐르는 강, 오래된 전각들이 있는 합천은 매일 바쁜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준다.
가야산 자락 깊숙이 안긴 해인사는 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천년 고찰로, 안팎으로 고요한 분위기가 유독 인상적이다. 이곳의 장경각은 수차례 대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아, 신비로움과 경건함이 더해진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사찰 주변을 감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해인사를 찾은 한 여행자는 “고요한 산사에 앉아 있으면, 찬 바람 소리도 위로가 된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합천 해인사와 주변 문화유산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로 보면 30~50대가 가족단위로 혹은 홀로 여행을 계획하며,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곳’,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핫들생태공원 역시 코로나 이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황강을 따라 난 산책로와 부드러운 갈대밭, 탁 트인 하늘이 어우러지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잠깐의 여유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고 고백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위로의 공간’으로 향하는 현대인의 자발적 이동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지연 씨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엔 꼭 자연과 사색, 그리고 나만의 체험이 공존한다. 해인사 부근 라탄클하별루처럼 직접 손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공간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것도,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집중과 성취를 주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합천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좋은 곳”, “핫들생태공원 산책로에서 갈대바람 맞으니 속마음까지 정화된다”라는 글이 눈에 띈다. 주말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 해인사 입구에서 차 한 잔하며 사찰의 오래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라탄 공예를 처음 체험했다는 이들은 “손끝에 집중하는 동안 마음까지 차분해진다”며 다시 찾고 싶다는 소감을 전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합천은 저마다의 색을 더해간다. 가야산 단풍길, 해인사의 장엄한 전각, 서늘한 강바람,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손길의 기쁨. 작고 사소한 이동이지만, 우리 삶의 모습은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합천에서의 가을은,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토닥이는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