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Tbps 연구망 고도화”…KT, KOREN로 AI 트래픽 시험 가속
차세대 통신 기술을 검증하는 국가 연구시험망 KOREN의 백본망 용량이 대폭 확대되며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대용량 트래픽 연구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KT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NIA와 함께 운영 중인 이 연구 인프라는 상용망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초고속 전송, 네트워크 상호연동, 대규모 필드 테스트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 학습과 초고용량 콘텐츠 전송 수요가 겹치며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증설이 국내 네트워크 기술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는 차세대 네트워크 선도 연구시험망 KOREN의 백본망 용량을 기존 2.8Tbps급에서 7Tbps급으로 확장했다고 1일 밝혔다. 용량 기준으로 약 2.5배 확대된 수치다. KOREN은 NIA가 운영을 총괄하고 KT가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는 비영리 통합연구시험망으로,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에 무료로 개방돼 차세대 통신 기술 및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를 시험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 고도화로 서울 주센터와 대전 부센터를 연결하는 KOREN 백본 구간은 7Tbps급 대역폭을 확보했다. 백본망은 전국 주요 거점을 잇는 핵심 통신 인프라로, 이 구간의 용량이 늘어나면 그 위에서 구동되는 AI 학습,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 등 대규모 데이터 처리 실험이 트래픽 급증 시에도 끊김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초고속 전송을 요구하는 초고용량 콘텐츠 스트리밍, 다중 접속 엣지 컴퓨팅, 분산 AI 학습 환경 검증에서 기존 대비 여유 있는 자원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술적으로 7Tbps급 백본망은 단일 회선 속도뿐 아니라 다수 회선을 묶는 집적도, 패킷 처리 성능, 경로 다중화 구조 등에서 고난도 설계가 요구된다. KT와 NIA는 기존 2.8Tbps급 구간을 구성하던 장비와 전송 구조를 재정비해 고집적 광전송 장비, 고성능 라우터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구간에 400Gbps급 이더넷 인터페이스 다수와 고도화된 파이버 채널, 경로 이중화 구성이 적용돼 장애 상황에서도 연구망 품질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백본망 증설과 함께 이용기관에 제공 중인 전용 회선의 이더넷 전송 속도도 끌어올린다. 판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주요 거점에 접속한 대학, 연구소, 기업들은 국내 최초로 전국망 기반 400Gbps 이더넷 서비스를 지원받게 된다. 이더넷은 컴퓨터와 서버, 스위치 등을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핵심 유선 네트워크 기술로, 회선 속도가 높아질수록 단위 시간당 처리 가능한 실험 데이터와 트래픽 패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400Gbps급 전국망 환경에서 복수의 AI 모델 학습, 초고해상도 영상 데이터 전송, 분산 스토리지 동기화 등을 동시에 수행하며 실제 상용 망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KT와 NIA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2026년 800Gbps급 이더넷 백본망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800Gbps는 현재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이 차세대 코어 네트워크를 겨냥해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간으로, 국내에서 이를 실험망 단계에서 조기 검증할 경우 국제 표준과 장비 도입 전략 수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용 초고속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의 ESnet, 인터넷2, 유럽의 GÉANT 등은 400Gbps급 링크 상용 운용을 확대하고 일부 구간에서 800Gbps급 시범 서비스를 검증 중이다. KT와 NIA의 KOREN 고도화는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에게 해외와 유사한 수준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KOREN은 상용 서비스망이 아닌 연구시험망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토콜이나 전송 장비를 실제 트래픽에 가까운 조건에서 시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시간민감형 네트워킹, 양자암호 통신 등 상용망 적용에 앞서 위험도가 큰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자체 상용망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한 기술 검증을 국가 시험망에서 소화함으로써, 상용망 도입 시 리스크를 줄이고 도입 속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KT와 NIA는 인프라 증설에 더해 산학연 간 기술 교류 플랫폼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 11월 26일 KOREN 5.0 전송·네트워크 분야 기술세미나를 열고 AI, 전송, 네트워크 관련 최신 기술을 공유했으며, 내년도 KOREN 고도화 방향을 논의했다. 연구자들은 세미나를 통해 차세대 광전송 기술, 네트워크 자동화, 트래픽 분석 기반 품질 관리 등 주제를 놓고 상용망과 연구망 간 연계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규제와 표준 측면에서도 KOREN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 상용 서비스로 옮겨가려면 장비 안정성뿐 아니라 품질 지표, 보안 기준, 상호접속 규칙 등 여러 요소를 사전 검증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시험망에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표준안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식이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KOREN이 이러한 데이터 축적과 검증의 허브가 될 경우 국내 통신 장비사와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시험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
이진권 KT 엔터프라이즈부문 이행1본부장은 KT는 KOREN 백본망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0.2Tbps급까지 용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용망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네트워크 상호연동, 필드테스트, 대용량 응용서비스 실증 등 대규모 트래픽 테스트를 지원해 국가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산업계는 이번에 확장된 KOREN 인프라가 실제 연구 개발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며 상용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