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의료AI로 치매 치료 모니터링…뉴로핏, RSNA서 북미 공략 가속

신채원 기자
입력

의료 인공지능이 치매와 다발성 경화증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뇌 질환 AI 기업 뉴로핏이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에서 실제 임상 적용 사례를 공개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뇌 영상 정량 분석 기술을 치료 효과와 부작용 모니터링에 직접 연결했다는 점에서, 영상의학과 신경과를 아우르는 정밀의료 전환의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뉴로핏은 5일 RSNA 2025에서 자사 뇌 영상 분석 AI 솔루션의 실제 임상 사례를 대거 소개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치매 치료제 처방과 치료 효과, 부작용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 AD다. 자기공명영상 MRI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PET 영상을 정량 분석해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투약 전 과정에서 뇌 변화를 수치화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치매 영상 판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와 PET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경험에 기반해 위축 부위나 병변을 평가하는 수작업 방식이 중심이었다. 뉴로핏 아쿠아 AD는 이 과정을 AI가 학습한 패턴 인식과 구조 분석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해 뇌 부위별 용적 변화,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 등을 숫자와 색 지도 형태로 제시한다. 회사 측은 이런 정량 분석이 동일 환자의 장기 추적 비교에서 판독 정확도를 높인다고 설명한다.

 

RSNA 전시장 내 AI 시어터 세션에서는 실제 임상 적용 결과가 공유됐다. 서종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기반 항아밀로이드 치료 관련 ARIA 모니터링을 주제로, 뉴로핏 아쿠아 AD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ARIA는 항아밀로이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으로, 뇌부종이나 미세출혈이 동반될 수 있어 안전성 평가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서 교수는 기존 수작업 판독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ARIA 변화까지 AI가 민감하게 감지하고 정량화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실제 치매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 가운데 ARIA가 발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AI 분석 결과와 임상 경과를 대조해 안전성 관리와 용량 조절에 어떤 의사결정 이점을 주는지 설명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수치로 추적해, 중단이나 변경 시점을 보다 근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로핏은 부스 전시에서 포트폴리오 전반도 공개했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전반을 분석하는 뉴로핏 아쿠아, PET 영상 정량 분석에 특화된 뉴로핏 스케일 펫을 함께 선보이며, MRI와 PET를 아우르는 통합 뇌 영상 분석 플랫폼 전략을 강조했다. 이러한 다중 모달리티 기반 AI는 치매 진단 정확도 향상뿐 아니라, 제약사의 임상시험에서 후보물질 효과를 정밀하게 비교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발성 경화증을 겨냥한 뉴로핏 아쿠아 MS는 글로벌 규제 통과 성과를 앞세웠다. 이 제품은 뉴로핏 아쿠아에 탑재된 모듈로, 뇌 백질 병변 위치와 부피를 자동 분석해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질환 진행도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뉴로핏은 지난해 10월 이 솔루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시판 전 신고 510k 인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가운데 다발성 경화증 특화 AI가 FDA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사례로, 북미 병원 채택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영상 AI를 활용한 치매와 다발성 경화증 진단 보조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수의 영상분석 기업들이 MRI 기반 정량 분석 도구를 내놓고 있고, 일부는 대형 제약사 임상시험에 채택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뉴로핏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 ARIA 모니터링과 같은 특화 영역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규제 측면에서도 RSNA는 중요한 시험대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SaMD로 분류되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에 대해 임상적 근거와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 뉴로핏은 FDA 510k 확보 경험과 RSNA에서 축적하는 실제 임상 데이터 발표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 적응증 확대와 다국가 인허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빈준길 뉴로핏 공동대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처방 관련 영상 분석 분야에서 뉴로핏 아쿠아 AD가 국내외 주요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RSNA 2025를 계기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제약사와 장비사, AI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과 임상 데이터 공유 모델이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영상의학 분야 최대 규모 학술대회인 RSNA 2025는 미국 시카고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개최돼 전 세계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들이 최신 AI 기술을 공유했다. 산업계는 뉴로핏을 비롯한 의료 AI 기업들의 기술이 실제 병원 시스템에 얼마나 빠르게 통합될지, 그리고 치매와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 전략을 어디까지 바꿔 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뉴로핏#뉴로핏아쿠아ad#rsna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