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60만원 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김건희특검, 국민의힘 김기현 자택 압수수색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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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수사와 국민의힘 핵심 인사가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자택과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7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문서와 컴퓨터 파일을 확보하는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같은 날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을 찾아 차량 출입기록을 확보하고, 김 의원의 국회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특검팀은 김 의원이 사무실에 도착하는 대로 영장을 제시하고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기현 의원이 배우자 이모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이 당선된 직후,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함께 이씨가 작성한 감사 편지를 확보했다. 특검은 이 물증을 계기로 가방 전달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의 시각은 한층 확대돼 있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신도 2천400여명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켜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지원했고, 그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이씨가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김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 구매 시점은 2023년 3월 16일로 특정됐다. 특검팀은 초기에는 이씨만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가방 결제 대금이 김기현 의원 명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뒤 최근 김 의원도 피의자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점을 통해 단순한 가족 간 결제가 아니라 가방 제공 과정 전반에 김 의원이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5일 이씨를 한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디지털 자료와 금융기록 등을 분석한 뒤, 조만간 김기현 의원에게도 출석을 요구해 직접 신병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 의원 신문에서는 결제 자금 출처, 구매 및 전달 경위, 통일교와의 선거 과정 연계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파장은 커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앞서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는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특검 수사 방향과 김 의원 해명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수사 범위와 방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 전직 대표급 인사까지 수사가 확대된 데 따른 정치적 타격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야권에선 통일교 조직 동원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문제를 고리로 여권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수사가 김건희 여사, 통일교, 여당 당권 경쟁을 둘러싼 삼각고리를 정조준하면서 향후 정국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이 김 의원을 상대로 대면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압수수색과 소환을 이어갈 경우 국회와 여야 공방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조율하고 있고,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특검 연장 여부와 관련 입법 논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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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김건희특검#로저비비에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