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에 더 쑤시는 무릎…관절염 관리법, 치료 선택이 갈라준다
겨울철 급격한 기온 하락이 관절 질환 환자들에게 또 다른 고비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경우 찬 공기와 실내외 온도차로 관절 주변 조직이 수축하고 혈류가 줄어들면서 통증 민감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이른 한파와 큰 기온 변동이 예보된 가운데, 의료계는 겨울 시즌을 관절염 악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일상 속 관리법과 단계별 치료 전략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면을 덮고 있는 연골이 마모되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관절 주변 뼈와 인대에 손상이 생기고 염증과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특히 체중 부하가 집중되는 무릎 관절에서 많이 발생하며, 연령 증가와 비만, 과도한 사용 이력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계절적 요인이 통증 체감도에 영향을 주면서 같은 구조적 손상이라도 겨울철에 훨씬 심한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관절 주변으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고, 근육과 인대의 온도도 함께 낮아진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경직돼 움직임이 둔해지고, 신경 말단이 자극에 더 예민해지면서 동일한 자극에서도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의료계는 이런 계절성 악화를 단순 증상 변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손상이 진행되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관리 및 치료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기초적인 대응은 관절 부위를 지속적으로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겨울철 찬 공기에 노출되면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가 쉽게 경직돼 사소한 움직임에도 통증이 증폭된다. 외출 시에는 무릎과 허리, 손가락 등 주요 관절을 보온 기능을 갖춘 의류나 보호대로 감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는 난방기기를 활용하되 직접적인 찬바람이 무릎에 닿지 않도록 무릎 담요 등을 이용해 환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은 관절 부위 보온만으로도 통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활동량 관리 역시 핵심이다. 겨울에는 외부 활동이 줄며 실내에서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 관절 가동 범위가 축소되고 근력 저하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하루 10분에서 15분 정도라도 허리, 무릎, 고관절을 중심으로 한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시행하면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를 유연하게 유지해 통증 악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30분에서 40분 이상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습관은 무릎 관절에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일어나 가볍게 다리를 풀어주는 것이 권장된다.
체중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추운 날씨 탓에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체중이 쉽게 증가하는데, 이는 그대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기계적 하중 증가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 체중이 1킬로그램 증가하면 실제 걷기나 계단 오르기 시 무릎 관절이 받는 부담은 3킬로그램에서 4킬로그램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미 연골 손상이 진행된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체중 증가는 관절 구조 악화 속도를 가속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실내 유산소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병행한 체중 관리가 필수로 꼽힌다.
정구황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인 정형외과 전문의는 근력 운동에 대한 인식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근력 운동이라 하면 덤벨이나 고강도 훈련을 떠올리기 쉽지만, 관절염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무릎 관절염이 있거나 근력이 약한 노년층의 경우 발목 위에 물병이나 쿠션 등을 올려 다리를 들어 버티는 동작, 의자를 잡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동작 등 저강도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동만으로도 근력 강화와 관절 안정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다. 겨울철 경직과 피로가 겹치면 염증 반응이 더 악화돼 통증 강도와 빈도가 모두 높아질 수 있다. 의료진은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질 경우 조기의 전문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퇴행성관절염은 말기 단계에 이르러 연골 손실이 광범위해지면 치료 옵션이 제한되지만, 초기에 적절한 비수술적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를 병행하면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介입이 중요하다.
겨울철 통증이 특히 심한 환자라면 맞춤형 보존적 치료를 통해 악화 곡선을 완만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연골 손상 범위와 통증 강도에 따라 연골 보충을 위한 히알루론산 주사,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연골 재생 치료로 알려진 카티스템, 자가 혈소판을 활용한 PRP 주사 등이 적용된다. 히알루론산 주사는 관절 내 윤활 기능을 보완해 마찰을 줄이고, 줄기세포 기반 치료는 손상된 연골 조직 재생을 유도해 기능 회복을 돕는 방식이다. PRP는 성장 인자 농축 혈소판을 주입해 염증 억제와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된다.
다만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방사선 및 영상검사상 연골 손실이 광범위한 말기 환자라면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한 선택지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줄이고 출혈과 회복 기간을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법과 함께, 3차원 영상과 수술 로봇을 활용해 절단 각도와 삽입 위치를 정밀하게 보정하는 로봇 인공관절수술 기술이 도입되며 수술 정확도와 장기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재수술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목받는다.
의료진은 같은 퇴행성관절염이라도 진행 단계와 환자별 관절 상태, 통증 허용 범위, 활동 요구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영상검사상 비슷한 손상 정도를 보이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과 기능 저하 정도는 크게 다를 수 있어, 통증이 심하다고 곧바로 수술을 결정하기보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비수술적 요법과 수술적 치료 사이에서 가장 적합한 옵션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구황 원장은 겨울철 통증 악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생활 습관 관리와 조기 진단, 단계별 치료 전략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겨울에는 활동량 감소와 추위로 통증이 심해질 수 있지만, 보온과 규칙적인 스트레칭, 체중 조절 같은 기본 관리만으로도 증상 악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통증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진단을 미루지 말고 전문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평가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향후 관절 수명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비수술적 치료 기술과 정밀 수술기술의 발전이 고령화 속 관절염 관리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