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틸화 타우만 겨냥”…아델, 사노피에 알츠하이머 기술 수출
아세틸화 타우를 겨냥한 국산 항체 신약 기술이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을 받으며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 전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아델이 사노피와 체결한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은 타우 단백질을 정밀하게 구분해 독성 형태만 제거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상업적 가치를 입증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글로벌 알츠하이머 항체 신약 경쟁에서 국산 기술이 존재감을 드러낸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델은 16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에 대한 세계 독점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사노피에 이전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0억4000만 달러, 한화 약 1조5300억원 수준이다. 아델은 계약 체결과 함께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8000만 달러, 약 1180억원을 수령하며, 이후 개발 단계와 상업화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별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게 된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뒤에는 순매출액에 연동된 단계별 로열티를 최대 두 자릿수 비율까지 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ADEL-Y01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인자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가운데서도 독성 응집을 유발하는 특정 형태에만 작용하도록 설계된 단일클론항체다. 특히 타우의 아미노산 서열 280번 지점이 아세틸화된 상태인 acK280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디자인됐다. 정상 기능을 수행하는 비아세틸화 타우는 건드리지 않고 병적 응집을 일으키는 타우만 골라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타우 표적 치료제가 정상 타우까지 광범위하게 억제해 부작용과 효과 한계를 노출해온 것과 비교하면, 병리적 변형에 초점을 맞춘 정밀 표적 전략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아델은 타깃 발굴 단계부터 후보물질 도출, 약효 검증, 독성 평가를 포함한 비임상 시험과 임상용 시료 생산까지 개발 전 과정을 자체 주도로 진행했다. 2020년부터는 오스코텍과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어 글로벌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초기 임상 단계임에도 사노피가 세계 독점 개발권을 확보하는 대형 계약을 택한 것은, 병리 기전 기반의 선택적 타우 표적 기술이 향후 임상 성과와 상업적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둘러싼 두 축의 전략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가 일부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타우 표적 신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병의 후반부에 주로 관찰되는 타우 병리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단독 치료는 물론 기존 아밀로이드 표적 약물과의 병용 요법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질환 진행 단계와 병리 특성에 맞춰 약물을 조합하는 정밀의학적 접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제약사가 타우 표적 항체, 소분자, 백신 후보 등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제약사는 광범위 타우 억제 전략에서 점차 병적 변형에 특화된 정밀 표적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이 가운데 acK280이라는 구체적 변형 부위를 골라내는 국산 후보물질이 사노피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면서, 한국 기술이 타우 치료제 파이프라인 경쟁에서 주목받을 여지는 커졌다. 반면 임상 2상, 3상으로 갈수록 실패 리스크와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안전성과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뚜렷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사노피는 다발성 경화증, 희귀 신경질환, 유전자 치료 등 중추신경계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알츠하이머 영역에서 독자성이 큰 타우 항체 후보를 확보하면서, 향후 글로벌 다국가 임상과 허가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기관이 최근 알츠하이머 신약 심사에서 조건부 허가, 사후 데이터 보완 등 유연한 접근을 병행하는 만큼, 고령화 가속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다만 규제 당국은 장기 안전성 데이터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인지 기능 개선 정도를 특히 엄격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
윤승용 아델 대표이사는 세계적 제약사와의 이번 계약이 ADEL-Y01의 잠재력과 아델의 기술 플랫폼을 동시에 검증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우 병리를 보다 정교하게 분류하고,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후속 파이프라인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에릭 월스트롬 사노피 수석부사장은 acK280 표적 접근법이 알츠하이머의 근본적 발병 원인을 겨냥하는 차별화된 기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성공적 임상 개발을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 교수가 2016년에 창업한 신경질환 치료제 특화 바이오 벤처로, 이번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 신약 개발 모델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타깃 기전이 뚜렷한 초기 단계 후보물질이라도 글로벌 제약사와 구조화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대규모 개발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수순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ADEL-Y01이 임상 후속 단계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시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