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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표 전격 교체”…국회 청문회 앞두고 김범석 의장 출석 여부 촉각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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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과 쿠팡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강제수사와 국회 청문회가 겹치면서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국회 출석 여부가 이번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쿠팡은 10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이유로 박대준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모회사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인 해롤드 로저스가 한국 쿠팡의 임시 대표를 맡는다고 전했다. 최근 사태 수습 과정에서 지배구조와 전관 채용, 사과문 논란까지 겹치자 미국 본사가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선 구도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쿠팡 관련 시설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추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 증인으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 5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박대준 대표 사임과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 선임으로 증인 명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범석 의장의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로저스 신임 대표는 국회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내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지만 조만간 한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쿠팡Inc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 속하며 김범석 의장과 긴밀히 소통해온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쿠팡 내부에서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만큼, 청문회에 출석할 경우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의 선임을 모회사가 전면에 나서서 사태를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경우, 김범석 의장의 직접 출석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도 병존한다. 즉 새로운 대표를 전면에 세워 정치적 부담을 분산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쿠팡은 미국 법인이지만 한국에서 주력 사업을 펼치며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Inc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다. 그럼에도 한국법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선 사실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앞서 박대준 대표가 국회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법인 소관 사안이며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모회사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 사이 사태가 커지면서 김범석 의장이 더는 특별한 사유 없이 청문회 출석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민병기 부사장과 조용우 부사장이 모두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김 의장을 향한 정치권의 공세를 차단할 방패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모회사가 해롤드 로저스 대표를 한국법인 수장으로 급히 내세운 것을 두고, 기존 대관 최고위 라인이 사실상 방패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패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쿠팡의 전관 중심 대관 조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와 인사혁신처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자료에 따르면 쿠팡과 계열사는 올해에만 18명의 퇴직공무원을 영입했다. 출신 기관은 국회, 경찰, 대통령비서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요직이 주를 이뤘다. 쿠팡이 최근 몇 년 간 실적 성장과 발맞춰 대관 조직을 빠르게 키워온 셈이다.

 

사임한 박대준 대표 역시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전문가 출신이고, 강한승 전 대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이다. 이런 인선이 이어지면서 쿠팡이 입법·행정부 전방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시선과 함께 반감도 커졌다.

 

실제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쿠팡이 대관 활동을 통해 김범석 의장의 상임위 출석을 무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쿠팡의 조직적인 로비 정황이 있는지, 전관 영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 따져 물었다.

 

또 일부에서는 쿠팡이 대정부 대관 조직을 키운 뒤 서울 강남의 외부 간판도 없는 별도 사무실에서 대관 인력들이 근무해왔다며, 활동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폐쇄적 공간에서 조직적인 로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의혹을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 "해당 사무실은 잠실 본사 오피스의 공간 부족에 따라 올해 2월 임차해 사용 중인 곳으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나 개인정보 유출 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차원의 대관 로비 의혹과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별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국회 청문회가 다가오면서 여야는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과 피해 규모는 물론, 쿠팡의 지배구조와 대관 조직 운영 실태까지 폭넓게 따질 태세다. 김범석 의장과 해롤드 로저스 대표, 대관 책임자들의 동시 출석 여부에 따라 청문회 강도와 정치적 파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증인 명단을 재조정하며 책임 소재를 세밀하게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와 대관 활동 규제 강화 방안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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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김범석#해롤드로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