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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기반 연말 기부 실험…카카오, 일상데이터로 나눔 확장 주목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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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해 이용자 행동을 기부로 전환하는 실험을 연말 캠페인 형태로 진행한다. 별도 가입이나 송금 절차 없이 채팅창 문구 입력, 이모티콘 구매, 좋아요와 댓글 등 일상적인 온라인 활동을 기부 행위로 치환하는 구조다. IT 기업이 축적해 온 사용자 경험 설계 역량과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사회공헌 분야에 접목해, 디지털 나눔 인프라 경쟁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러한 구조가 기부 참여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 중심의 사회공헌 데이터 생태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19일까지 연말 기부 캠페인 따뜻한 연말, 트리를 부탁해를 운영한다. 이용자가 다양한 온라인 행동을 통해 트리 오너먼트를 하나씩 점등하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카카오가 적립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용자 행동에 연동되는 기부 재원으로 최대 5억원을 별도 책정했다.  

핵심 구조는 디지털 행동 기반 마이크로 기부다. 카카오톡 채팅방에 따뜻한 연말이라는 문구를 입력한 뒤 노출되는 기부 버튼을 누르면, 이용자 1인당 1회에 한해 카카오가 100원을 대신 기부한다. 목표 참여 인원은 200만명, 해당 경로로만 최대 2억원까지 기부금이 적립된다. 사용자는 소액 결제나 본인 계좌 이체 없이 메시지 입력과 버튼 클릭만으로 참여가 끝난다.  

 

이모티콘 구매 행동도 기부로 연결된다. 슈야, 망그러진곰, 토심이, 와다다곰 등 인기 캐릭터 4종 협업으로 제작된 연말 한정판 이모티콘을 구매할 때마다 수익금 2000원 전액이 기부금으로 전환된다. 카카오는 이 경로로 최대 1억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평소 소비 패턴인 이모티콘 구매가 추가 기부 행위로 확장되는 셈이다.  

 

카카오같이가치 플랫폼 내부에서는 모금함 응원하기와 모금함 기부하기 두 경로가 제공된다. 응원하기의 경우 특정 모금함에 좋아요, 댓글, 공유하기 세 가지 행동을 모두 완료하면 카카오가 100원을 기부한다. 이 역시 1인 1회 누적 기준으로 최대 2억원까지 적립된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디지털 서비스에서 핵심 참여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카카오는 캠페인을 통해 사회공헌 영역에서도 이용자 참여 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모금함 기부하기는 아동 급식, 난방비, 돌봄 지원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 모금함에 이용자가 직접 기부하는 구조다. 이때 이용자 기부금 위에 따로 조성한 카카오 기부금 최대 5억원을 매칭해 사랑의열매에 전달한다. IT 플랫폼 특유의 매칭 기부 구조를 사회복지 공동모금과 연계한 것이다. 어떤 주제 모금함에 참여가 집중되는지, 어떤 노출 방식에서 전환율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향후 디지털 사회공헌 설계에 기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오프라인 연동도 병행한다. 카카오는 광화문 광장 내 사랑의열매 온도탑에 같이가치 연말 캠페인 홍보 공간을 마련해 시민 접점을 넓혔다. 현장에서 바로 모금함 기부에 참여할 수 있고, 1000원 기부쿠폰을 내려받아 온라인으로 쉽게 기부를 이어갈 수 있다. 대형 IT 플랫폼이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기부 경험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번 캠페인은 글로벌 빅테크가 추진 중인 디지털 나눔 인프라 전략과도 맞닿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요 IT 기업들이 결제 서비스와 소셜 네트워크, 동영상 플랫폼 등에 모금 기능과 매칭 기부를 결합해,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메신저 기반 대규모 이용자 풀을 가진 카카오가 관련 실험을 본격화하면서, 유사 구조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용자의 선한 행동이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되는 만큼, 데이터 활용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투명한 기부금 집행 구조가 향후 신뢰 확보의 관건으로 거론된다. 사회공헌 참여를 마케팅 지표로만 활용할 경우 이용자 피로도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신차섭 카카오같이가치 리더는 이번 캠페인이 일상 속 작은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참여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작은 행동들이 모여 트리를 밝히듯 많은 이용자들의 참여가 이웃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메신저와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부 구조가 실제 장기적인 사회공헌 인프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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