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완화 신호일까”…중국 K팝 콘서트 논의설에 정부 “확정된 사실 없다”
한중 문화 교류 재가동을 둘러싼 기대와 신중론이 맞섰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사실상 멈춰 선 중국 내 K팝 공연이 재개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부와 업계는 아직 초기 문의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15일 가요계와 외교 당국에 따르면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 가요 회사들은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내년 1월을 염두에 둔 콘서트 일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와 출연진, 규모를 특정한 정식 제안이라기보다 일정 여건을 묻는 수준의 접촉이라는 설명이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확정된 행사에 대한 섭외는 없었고, 1월 중 스케줄 문의 정도만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3개 회사 역시 비슷한 내용의 문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구체 협의나 계약 단계로 진전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한중 정상 외교 과정에서 감지된 분위기 변화를 K팝 공연 논의와 연결 짓는 시각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 만찬 후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K팝 가수들의 중국 베이징 공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중 문화 교류 확대와 한한령 완화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대중문화계 인사들도 같은 기대감을 표했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경청해 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대중문화를 통해 양국의 국민들이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남겼다. 정치·외교 채널에 이어 문화 교류 채널을 본격 가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중국에서 대규모 K팝 콘서트가 성사될 경우, 2016년 한한령 적용 이후 약 9년 만에 처음 열리는 상징적 이벤트가 된다. 중국 정부는 당시 주한미군 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콘텐츠를 방송·공연·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한하는 비공식 조치를 유지해왔다. 한국 국적이 아닌 일부 K팝 스타가 중국 방송에 출연한 사례는 있었지만, 한국 그룹의 단독 콘서트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 사이 국내 기획사들은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와 일본, 북미, 유럽 등으로 투어 무대를 옮겼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중국 내에서는 노래 무대가 없는 소규모 팬 미팅이나 브랜드 행사만 간헐적으로 열렸고, 정식 공연은 사실상 막힌 상태가 계속됐다.
정부는 한한령 완화와 K팝 공연 재개를 둘러싼 관측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거듭 강조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중국 내 K팝 콘서트 추진 동향과 관련해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연 승인이나 일정 합의가 없는데도 과도한 기대감이 부풀려질 경우, 향후 협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이 가시화될 경우, 문화·콘텐츠 분야가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한한령은 공식 문서가 아닌 비공식 조치인 만큼,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향후 한중 간 추가 정상 외교나 장관급 교류가 이어질 경우, 문화·관광·콘텐츠 협력이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는 향후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와 현안보고 등을 통해 한한령 완화 문제와 대중 문화 교류 전략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