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는 다시 시간여행”…레트로 열차와 미래 기술이 만난 축제의 밤
요즘 여름밤, 중앙로 한복판엔 평소와는 다른 숨결이 흐른다. 예전엔 출퇴근길 바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레트로 기차와 퍼레이드, 낫선 예술 공연이 낯익은 거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도심의 시간을 엮어 새로이 즐기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축제의 열기는 더욱 짙어진다.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에서 이뤄지는 ‘대전 0시 축제’는 1킬로미터에 이르는 도심 거리를 아예 차로 가득 채운 시간여행의 무대다. 레트로 기차 체험장은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고, 한쪽 무대에선 K-POP 공연과 미래 과학기술 콘서트가 교차된다. SNS에는 중앙로를 거닐며 찍은 사진 인증이 잇따라 올라온다. 가족 단위로 포토존을 찾거나, 각종 이벤트에서 받은 기념품을 자랑하는 모습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도심형 대규모 축제 참여율이 최근 5년 새 30% 이상 증가했고, 축제의 세대별 참여폭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동네 골목에만 머물던 가족이 함께 야외로 나서는 경우, Z세대가 부모와 간간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등 세대 간 소통 역시 눈에 띄게 넓어졌다. 중앙로 상인회는 마켓존과 먹거리 이벤트를 연계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매출 신장 효과를 체감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의 환대, 그리고 도시의 의미 재발견”이라 부른다. 한 도시문화 연구자는 “축제라는 공간에선 세대와 취향이 어우러질 수 있다.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도시에 대한 자긍심과, 익숙했던 거리를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이 함께 쌓인다”고 표현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도 “몇 년 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랜만의 야외 나들이를 했다. 추억과 미래가 동시에 펼쳐진 것 같았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중앙로에 이런 활기가 있었나 새삼 놀랐다”, “우리 아이가 기차 체험을 신기해하는 모습에 동심이 떠올랐다”, “가족 행사뿐 아니라 친구, 연인 등 누구랑 가도 좋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역 커뮤니티에선 “대전부르스가 울려 퍼질 때는 누구나 잠시 추억 여행을 했다”며 축제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한결같다.
‘대전 0시 축제’는 단순히 여름밤 한철 재미로만 끝나지 않는다. 동네 상권을 깨우고, 도시에 머무는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을 어깨 넓히듯 감싸며, 각자의 기억을 한데 모은다. 그만큼 중요한 건 거리의 환대와 시간의 겹침 속에서 어떻게 내 삶을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일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