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GLP-1 저분자 비만치료제…휴온스, 임상1상 승인으로 국산화 시동

오태희 기자
입력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경쟁이 제약 산업의 새 성장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휴온스가 저분자 합성 펩타이드로 국산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리라글루티드 계열 후보물질 HUC2-676의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으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산 대체제 개발 경쟁이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둘러싼 이번 행보를 국내 비만 치료제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휴온스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기반 비만 치료제 HUC2-676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이 식약처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HUC2-676은 노보노디스크제약의 주사제 삭센다펜주 성분인 리라글루티드를 저분자 합성 펩타이드로 구현한 후보물질이다. 합성 펩타이드는 세포에서 생산하는 생물의약품과 달리 화학 합성 공정으로 제조하는 펩타이드로, 공정 단순화와 생산 효율 제고를 통한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임상 1상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HUC2-676과 삭센다를 각각 투여해 약동학적 특성, 즉 체내 흡수와 분포, 대사, 배설 양상 등을 비교해 동등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통상적으로 두 제제가 유사한 체내 노출량과 농도 변화를 보이면 품질과 효능 측면에서 동등·유사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휴온스는 비임상 데이터와 1상 결과를 축적해 향후 품목허가 단계 진입을 겨냥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크레틴 계열 호르몬 제제에 속한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폭시키고 식욕을 줄이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에서 출발했지만 체중 감소 효과가 부각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다. 삭센다와 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RA 기반 비만 치료제는 주사 제형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휴온스는 2년 전부터 GLP-1RA 기반 비만 치료제를 회사의 중점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자원을 투입해 왔다. 회사는 이미 카트리지 타입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주사제 카트리지 생산 기술과 경험을 GLP-1RA 제형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삭센다와 위고비 등 주요 비만 치료제가 카트리지 타입으로 공급되는 만큼, 기존 생산 인프라는 상업화 시 비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다국적 제약사의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제약과 일라이릴리 등이 주도권을 쥔 가운데, 각국 제약사들은 특허 전략과 제형 차별화, 합성 펩타이드 기술 등을 통해 틈새를 노리는 구조다. 휴온스의 HUC2-676 프로젝트는 선도 제품과 동일 계열의 저분자 합성 펩타이드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대체 수요와 비용 민감 고객층을 겨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생산기술 내재화와 합성 공정 최적화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입품 대비 약가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휴온스는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GLP-1 주사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경구형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세마글루티드를 정제 형태로 개발하기 위한 정부 과제에 참여해 경구용 펩타이드 의약품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4년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패키지형 과제에 최종 선정돼 5년간 총 81억3000만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한다. 정부지원금은 63억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휴온스가 경구용 신소재 기반 펩타이드 완제의약품 생산기술 개발을 주관한다.  

 

이 과제에는 중앙대학교, 국민대학교, 성균관대학교가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위장관 환경에서 분해되기 쉬운 펩타이드 약물을 체내로 더 많이 흡수시키기 위한 흡수촉진제 개발과, 안정적인 제형 설계,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정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구용 펩타이드 약물은 바이오의약품을 주사로만 투여해야 한다는 기존 제약을 바꾸는 기술로, 복약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시장성이 높게 평가된다.  

 

휴온스는 이미 보유한 식욕억제제 휴터민정과 펜디정 등 기존 제품군에 GLP-1 기반 주사제와 향후 경구용 펩타이드를 더해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강도 높은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부터 생활습관 개선과 병행하는 관리형 사용자까지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박경미 휴온스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은 HUC2-676과 삭센다 간 품질 동등성과 비임상, 임상 1상 자료를 기반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생물의약품과 동등성을 확보한 저분자 합성 펩타이드 개발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수요 확대와 더불어 국산 합성 펩타이드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상용화에 근접할지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휴온스의 임상 성과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휴온스#huc2-676#glp-1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