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 중 8명은 공학 전환 반대”…동덕여대, 구성원 갈등으로 본 대학 의사결정 구조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학생과 학교 측의 입장 차가 뚜렷해지며 대학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다수 학생이 ‘공학 전환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지만, 학교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론화”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해 향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달 3일부터 8일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한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 학생 총투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7%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했다고 9일 밝혔다. 오프라인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총투표에는 재학생 3470명이 참여해 투표율 50.4%를 기록, 과반을 넘기며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총학생회는 설명했다.

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3470명 가운데 공학 전환 반대가 2975명(85.7%)으로 가장 많았다. 찬성은 280명(8.1%)에 그쳤고, 기권 147명(4.2%), 무효 68명(2%)으로 집계됐다. 총학생회는 “명백한 다수가 공학 전환에 반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학 전환 논의 과정에 학생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라”고 학교 측에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총투표 결과를 공식 문서 형태로 학교 본부에 전달하고, 향후 대응 방안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학교 측은 전날(8일) 교내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학생 총투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학교는 “이번 공학 전환 공론화에서의 교수, 학생, 직원, 동문(1:1:1:1) 비율 반영은 대학 구성원 전체가 평등하게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민주적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학생이 권고안 최종 결과가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절차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론화 과정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학생 총투표에 대해선 별도의 공식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쟁점의 핵심은 공학 전환 자체에 대한 찬반뿐 아니라, 그 결정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내리는지가 공정한지 여부에 모이고 있다. 총학생회는 “대학의 정체성과 학생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은 재학생의 직접 의견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는 교수·직원·동문을 포함한 ‘4자 동등 구조’를 내세워왔다. 이에 따라 향후 공론화 기구의 구성과 권한을 둘러싼 추가 논쟁도 예상된다.
학교 측은 이달 15일 학생·교원·직원 등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동덕여대 발전 계획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공학 전환 논의 역시 이 설명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학생 사회에서는 “설명회가 일방적인 계획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되며, 총투표 결과를 반영한 재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운영에 대한 신뢰를 둘러싼 문제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암경찰서는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을 업무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초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총장은 학교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 등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확대된 가운데, 공학 전환 논의까지 겹치며 “대학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는 주체의 도덕성과 책임성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총장 횡령 혐의가 제기된 상황에서 공학 전환 같은 중대 사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정 대학의 문제를 넘어, 사립대학에서의 의사결정 구조와 구성원 참여 방식 전반을 되짚어야 할 계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수·직원·동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권이 제한된 학생들이, 학교의 장기 정책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의는 향후 설명회와 추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 총투표 결과 수용 여부, 공론화 기구 재구성, 총장 관련 수사 진행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책임 공방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검찰은 총장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학교와 학생 측은 각자의 방식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