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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지갑 연다”…인도 OTT, 저가전략이 관건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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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는 가운데, 인도가 신흥 미디어 강국이자 한류 확산의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내에서는 로컬 OTT와 자국 콘텐츠 선호가 여전히 강세지만, 한류 콘텐츠 이용률이 40퍼센트대를 기록하며 성장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수준, 언어, 도시와 비도시 간 격차를 고려한 국내 OTT 사업자들의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한류 기반 글로벌 OTT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해외 OTT 시장·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 이용자는 1인당 평균 4점4개 OTT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다중 구독 패턴이 이미 일상화된 셈이다. 인도 내 로컬 OTT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지만, 한국 OTT 플랫폼에 대한 이용 의향도 76퍼센트 수준으로 집계돼 향후 국내 사업자의 직접 진출 또는 제휴 확대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사에서 인도와 튀르키예는 공통적으로 자국 OTT와 자국산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인도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인 젊은 국가로, 장기적으로 OTT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민 총소득이 한국의 7퍼센트에 불과한 저소득 국가로 분류되면서, 가격에 민감한 이용자 특성을 전제로 한 사업 모델 설계가 필수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 국내 OTT의 해외 진출 전략으로 저가 요금제 중심의 가격정책 수립을 제안했다. 광고 기반 무료 또는 저가 요금제, 모바일 전용 초저가 플랜 등 현지 구매력에 맞춘 세분화된 요금 구조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동시에 한류 콘텐츠가 현재는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점을 감안해, 영어와 힌디어에 더해 타밀어, 텔루구어 등 지역 언어로의 더빙과 자막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언어 장벽을 낮춰야만 인도 전역으로 한류 수요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동남아와 서남아시아에서는 미국 OTT 플랫폼이 여전히 강세지만, 콘텐츠 소비 측면에서는 한류가 이미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의 경우 미국 플랫폼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지만, 실제 시청 콘텐츠는 미국, 자국, 한국 순으로 많다고 응답했다. 플랫폼 국적과 콘텐츠 출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크로스 플랫폼 시청 행태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한류 콘텐츠 이용률이 60퍼센트에 달했다. 국내 OTT 이용 의향도 73퍼센트로 높게 나타나, 한류 기반 OTT 단독 혹은 합작 플랫폼에 대한 수용성이 상당 수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간 시청한 드라마 제작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국이 1위를 차지해,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현지에서 주류로 진입한 양상이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이용할 때 한화 4만4천원 이상을 지출한 고액 소비층이 관찰돼, 프리미엄 패키지, 오프라인 행사 연계, 굿즈 판매 등 고부가가치 수익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필리핀에서는 한류 콘텐츠 이용률이 75퍼센트로 조사 대상 국가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OTT에 대한 이용 의향도 76퍼센트 수준으로, 한류 수용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필리핀 이용자는 OTT 구독을 결정할 때 스포츠 콘텐츠의 중요도를 높게 평가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42퍼센트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사에서는 인터넷 인프라 제약이 스포츠 실시간 중계나 고화질 스트리밍 이용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농구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콘텐츠에 잠재 수요층이 존재하는 만큼, 네트워크 품질에 맞춘 해상도 조절, 하이라이트 중심 편성 등 기술·편성 전략이 병행될 경우 시장 확대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인도와 태국을 한류와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동시에 높은 국가로 분류했다. 두 국가에서는 현지 OTT 사업자와의 제휴를 전제로 한 콘텐츠 공급과 채널 입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국 콘텐츠와 한류 모두에 대한 선호가 강한 만큼, 현지 기업이 구축해 둔 유통망과 결합해야 시청자 접점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한류 콘텐츠가 아직 틈새시장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프랑스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한류 콘텐츠 단독 공급보다는 현지 취향에 맞춘 리메이크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토리 포맷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의 성공 공식을 따르되, 캐스팅과 연출, 언어는 철저히 현지화하는 방식이다.

 

미국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장악한 구조가 굳어져 있어, 국내 OTT가 단독 브랜드로 승부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미국에서는 현지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채널 입점, 번들 요금제, 광고 결합형 저가 플랜 등 다양한 구독 모델을 설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광고 기반 저가형 OTT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한류 콘텐츠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삼되 가격·광고·번들 전략을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인구통계학적 표본 설계 기법을 활용해 각국 지역, 성별, 연령별 인구 분포를 반영한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도 2천명, 싱가포르 1천명, 필리핀 1천5백명, 튀르키예 1천5백명 등 총 6천명의 OTT 이용자가 참여했다. 응답자는 모두 OTT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출해 실사용자 관점에서의 서비스 선택 요인과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가 인도를 비롯한 신흥 미디어 강국의 시장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국내 OTT 플랫폼 사업자의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거대 인구 시장에 대한 저가 상품 전략, 다언어 현지화, 스포츠와 드라마를 결합한 콘텐츠 믹스 설계 등 세부 전략 수립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분석이 실제 투자와 제휴 전략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시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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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ott#한류콘텐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