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틀 새 70% 급등”…해성산업1우, 코스피 조정장 속 품절주 랠리

한채린 기자
입력

코스피가 이날 1.35% 하락하며 조정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해성산업1우가 품절주 효과와 모회사 실적 개선 기대를 앞세워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수 급락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유동성이 유통 물량이 적은 우선주로 몰리면서, 수급이 주가를 지배하는 머니 게임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해성산업1우는 장중 상한가인 12,800원에 도달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7,580원에 머물던 주가는 12일 29.95%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직행했다. 이로써 불과 2거래일 만에 약 70%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11월 내내 7,000원 초반 박스권에서 뚜렷한 거래 없이 횡보하던 흐름이 단기간에 레벨업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해성산업1우[03481K]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해성산업1우[03481K]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급등의 배경에는 코스피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 실현과 중소형 우선주로의 수급 이동이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성산업1우 상장주식 수는 약 138만 주 수준에 불과해 거래대금이 많지 않아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대표적인 품절주다. 여기에 지주사인 해성산업이 보유한 부동산과 자회사 가치가 시장 조정 국면에서 방어 자산으로 재조명되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급 동향을 보면 투자 주체 간 뚜렷한 손바뀜이 확인된다. 12일 외국인은 평소 거래가 드물던 해성산업1우를 1만 8,028주 순매수하며 급등의 도화선을 당겼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0.7%에서 2.0%로 뛰었다. 반면 15일에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창구가 매수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외국인이 띄운 시세를 개인이 받아내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성산업의 펀더멘털도 우선주 급등의 명분으로 거론된다. 해성산업은 제지와 반도체 부품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동종 업계 대비 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경쟁사 무림P&P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한솔제지 역시 영업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 비해, 해성산업은 296%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달성했다. 우선주의 시가총액은 작지만, 본업의 이익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실적 측면에서도 개선 흐름이 분명하다. 해성산업의 2025년 9월 분기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9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09.97% 늘었다. 직전 분기 53억 원과 비교하면 약 4배에 근접하는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81억 원으로 흑자를 이어갔다. 제지 부문에서 수익성이 방어되고 반도체 부품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익 체력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해성산업의 지주사 및 자산 가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성산업은 한국제지, 계양전기, 해성디에스 등을 계열사로 둔 지주사 성격이 강하며, 특히 서울 강남권을 포함한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이 같은 자산주 특성이 부각되면서,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 매력이 있고 주가 탄력성이 큰 우선주가 투자 타깃으로 부상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만 단기 과열 신호도 뚜렷해졌다. 해성산업1우 거래량은 11일 3,862주에 그쳤지만, 12일 68만 주로 약 177배 급증했다. 15일에도 상한가에 매수 대기 물량이 쌓이며 유입 자금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직전 고점인 9,800원 부근이 1차 지지선, 12,800원 일대가 단기 저항 구간으로 거론된다. 품절주 특성상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될 경우 받아줄 수급 주체가 부족해 낙폭이 커질 위험도 상존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과 별개로 유동성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시 등 뚜렷한 재료 없이 수급만으로 만들어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는 시장 분위기 변화 시 가장 먼저 되돌림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주식 수가 140만 주를 밑도는 종목의 경우, 매도 시점에 거래량이 실리지 않으면 사실상 탈출이 어려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추격 매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가는 코스피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경우 이 같은 품절주 중심 단기 시세분출이 간헐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실적과 자산 가치 등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종목 선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향후 해성산업의 추가 실적 개선과 지주사·부동산 가치 재평가 속도, 그리고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도 변화가 주가 흐름을 가를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채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해성산업1우#해성산업#품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