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에 1조달러 성과보상 승인”…테슬라, AI 전환 베팅에 시장 주목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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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1일, 미국(USA) 오스틴에서 진행된 테슬라(Tesla) 연례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1조달러(약 1300조원) 규모의 장기 성과보상 패키지가 75%의 압도적 지지 속에 승인됐다. 이번 결정은 테슬라의 경영권을 오는 10년간 머스크에 재확인하며,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을 넘어 인공지능(AI)·로봇 기업으로의 전환에 본격 나섰음을 천명하는 것이어서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시가총액 8조5천억달러, 연간 조정 EBITDA 4천억달러, 2천만대 자동차 판매, 100만대 로보택시와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배치라는 초대형 목표를 제시했다.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홀름은 “패키지 부결 시 머스크의 이탈을 우려했다”고 언급했고, 머스크 또한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중심 전환의 전권을 자신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해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쿼츠 등 외신은 테슬라가 이번 조치로 머스크의 리더십 ‘프리미엄’에 베팅했다고 평했다.

테슬라, 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통과…향후 10년 승부
테슬라, 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통과…향후 10년 승부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로보택시. 테슬라는 100만대 도로 운행을 내세웠으나, 현재 시험 운행은 텍사스 등 제한적 지역에 불과하다. 2019년 이후 결과 미달, 신뢰도 하락, 미국·중국·유럽 내 규제 불확실성 등이 현실적 장벽으로 지적된다. 경쟁사 웨이모와 바이두는 도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데이터를 쌓고 있고, 엔비디아가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상황이 테슬라의 행보에 ‘속도와 안전’을 압박하고 있다.

 

둘째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테슬라 가치의 “장기 80%”로 제시하지만, 현실은 기초적인 탁상 작업과 물체 정리에 그치고 있다. 양산화·단가·균형 등 공학적 난제가 여전하며, 성공 시 노동비용 혁신, 실패 시 AI 내러티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이번 결정은 리더십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본업인 차량 판매 둔화가 부담 요인이다. 쿼츠는 올 들어 글로벌 인도량이 13% 줄고, 중국(China) 판매는 가을 기준 36% 급락했다고 전했다. 유럽(Europe)에서는 전통 제조사의 반격, 사이버트럭·오토파일럿 리콜 등 품질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어 수익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2천만대 판매라는 라인에 맞추기 위해서는 오는 10년간 매년 28%씩 생산을 키워야 하는 셈이다.

 

찬반 여론도 엇갈린다. 찬성론은 대규모 네트워크 효과가 로보택시·로봇에서 일으킬 신규 반복수익과 테슬라가 AI·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비전을 들어 ‘비전 프리미엄’에 무게를 둔다. 반면, 반대론은 시장 규모와 규제, 테슬라의 현금흐름 우려를 들어 현실적으로 8조5천억달러라는 목표 달성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등 주요 외신도 “머스크의 시간과 관심을 쓰는 대가”라며, 기존 자동차 사업 안정성이 테슬라 AI 전략의 명암을 가를 것이라 분석했다. 쿼츠는 “이번 결정은 머스크의 다음 10년을 테슬라와 묶어버리는 파격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로보택시의 실운행과 옵티머스의 성공적 상용화라는 결과가 실적으로 이어질 때만이 테슬라의 신성장 내러티브가 입증될 것이라며, 그 반대의 경우 시장 기대감이 ‘비전’에서 ‘실적’으로 급격히 돌아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보상안이 테슬라와 머스크, 나아가 AI 전환을 둘러싼 글로벌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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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일론머스크#로보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