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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에도 mRNA 백신 등장…모더나, 국내 허가로 고령층 공략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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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 예방 시장에 mRNA 기반 백신이 합류하며 고령층 호흡기 백신 시장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상용화된 mRNA 기술이 독감, 코로나19를 넘어 RSV까지 적응증을 넓히면서 신종 호흡기 감염병 대응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를 국내 성인 호흡기 백신 포트폴리오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모더나코리아는 RSV mRNA 백신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12월 19일 밝혔다. mRNA 플랫폼을 활용한 RSV 백신으로 국내에서 허가를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모더나의 mRNA 기술은 한국에서 코로나19에 이어 RSV까지 두 번째 적응증을 확보하게 됐다.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 mRESVIA는 RSV가 세포에 침투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F 당단백질을 표적으로 설계됐다. 이 백신은 RSV A형의 F 당단백질을 융합 전 상태로 구조적으로 안정화해 암호화한 mRNA 서열을 탑재한다. 인체에 주사되면 세포 내에서 해당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생성하고, 면역계가 이를 인지해 중화항체와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백질 재조합 백신과 달리 생산 공정이 비교적 빠르고, 향후 변이 바이러스 출현 시 서열 교체를 통해 설계 변경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mRNA 플랫폼의 장점으로 꼽힌다.

 

허가 대상은 6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RSV 고위험군 성인이다. RSV는 소아 감염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령자와 심혈관 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진 성인에게서도 폐렴, 급성 하기도 감염 등으로 악화돼 입원과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호흡기 바이러스다. 국내 고령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RSV 예방 수단 확충은 감염 시즌마다 반복되는 의료체계 부담 완화와 직결되는 과제로 인식돼 왔다.

 

이번 식약처 허가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 ConquerRSV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해당 임상은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60세 이상 성인 약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규모 다국가 시험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기저질환군을 포괄함으로써 실제 접종 환경에 가까운 데이터를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모더나 측에 따르면 중대한 안전성 우려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고, 예방 효과와 전반적 안전성 프로파일이 허가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RSV 성인 예방 백신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가 이미 진입해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백질 재조합 기반 RSV 백신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상용화돼 있으며, 제약사들은 접종 편의성, 효과 지속 기간, 이상반응 관리 전략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mRNA 백신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플랫폼 간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mRNA는 향후 RSV와 인플루엔자, 코로나19를 한 번에 예방하는 다중 백신 개발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비단 사망률뿐 아니라 입원율과 의료비 부담, 장기요양 증가 등 간접 비용까지 감안할 때 고령층 RSV 예방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인 예방접종 인식이 높아지고, 지자체와 보험자 차원의 지원 범위가 넓어질 경우 RSV 백신은 폐렴구균, 대상포진, 인플루엔자와 함께 고령층 필수 예방접종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접종률 확대를 위해서는 RSV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함께 비용 부담, 접종 시기, 효과 지속성 등에 대한 추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mRNA 플랫폼의 안전성 관리와 장기 효과에 대한 근거 보강이 관건이다. RSV 백신은 면역원성 확보를 위해 고령층에서 강한 면역 자극이 요구되는 만큼, 희귀 이상반응 가능성을 감시하는 시판 후 안전성 연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식약처는 코로나19 mRNA 백신 심사를 거치며 축적한 심사 경험을 기반으로 RSV 백신에 대해서도 임상 데이터와 품질 관리, 약물감시 계획을 종합 검토해 허가했다.

 

모더나코리아는 이번 허가를 계기로 국내에서 mRNA 백신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본사는 호흡기 백신뿐 아니라 암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며, 한국 시장에서는 규제 환경과 접종 수요가 높은 호흡기 감염 분야를 우선 공략하는 모습이다. 모더나코리아 김상표 대표는 RSV가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에서 입원과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호흡기 질환이라고 강조하며, 코로나19에 이어 RSV 예방까지 mRNA 기술을 통해 공중보건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RSV mRNA 백신이 실제 접종 현장에 안착할 경우, 향후 다중 호흡기 백신 개발과 성인 예방접종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고령층 대상 백신 접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재정 지원할지, 또 신기술 도입 속도에 맞춰 안전성 감시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관건이 되고 있다. 기술과 공중보건, 규제와 재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성인 호흡기 백신 시장의 다음 성장을 좌우할 전망이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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