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군집위성 재도전 앞둔 韓, 고빈도 감시체계 시험대 오른다
초소형군집위성 기술이 한국형 지구관측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통신 문제로 한 차례 연기됐던 국내 최초 양산형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검증기가 재도전에 나서면서, 한반도 상시 관측과 고빈도 감시 체계 구축의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발사가 향후 군집위성 10기 양산 발사의 성패를 가르는 실증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 11일 발사체와 지상장비 간 통신 오류로 연기된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를 16일 오전 9시55분 한국시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사 장소는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으로,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의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이 다시 한 번 사용된다.

애초 검증기는 11일 오전 9시55분 발사 예정이었지만 발사 직전 카운트다운이 멈추며 일정이 틀어졌다. 발사 대기 중 일렉트론 발사체와 지상 장비 간 통신 문제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였다. 통신 오류는 발사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핵심 인프라에서 발생한 만큼, 발사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진행 상황을 보면, 11일 오전 9시55분 예정 시각을 5분43초 앞둔 시점에 첫 홀드 요청이 걸리면서 카운트다운이 약 8분55초간 멈췄다. 이후 발사 전 22분47초 시점으로 카운트가 되돌려지며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목표 발사 시각도 26분 늦춰진 오전 10시21분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재개된 카운트다운 과정에서도 발사 8분7초 전 두 번째 홀드가 걸렸고, 로켓랩은 기술 검토 끝에 해당 발사 가능 시간대 내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해 최종 중단을 결정했다.
초소형군집위성은 100킬로그램 미만 초소형위성 여러 기를 동시에 운용해 지구 특정 지역을 자주 관측하는 군집운영 개념을 적용한다. 위성 한 기가 아닌 다수의 위성을 궤도상에 분산 배치해 지나가는 주기를 촘촘히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을 고빈도로 정밀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로 제시된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군집이 완성되면 하루 세 차례 이상 한반도 지역 촬영이 가능해진다. 중대형 단일 지구관측위성이 하루 한 번 수준으로 동일 지역을 관측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관측 주기와 공간적 커버리지 측면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홍수, 산불, 해양 오염 등 급작스러운 재해와 재난 상황에서 짧은 간격으로 최신 영상을 확보해 대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발사되는 위성은 양산에 앞서 설계와 기능, 궤도상 운용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기다. 지난해 4월 궤도로 오른 초소형군집위성 시제기가 기본 개념과 탑재체 작동을 시험하는 성격이었다면, 검증기는 양산형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제작돼 실제 운용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반복 생산 적합성을 점검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양산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초소형군집위성 양산기는 내년 6월 5기, 내후년 6월 5기 등 총 10기를 순차적으로 쏘아 올리는 계획이 잡혀 있다. 검증기 발사와 궤도 운용 데이터는 이후 양산형 설계 보완과 운용 전략 수립의 기준이 되므로, 업계에서는 이번 재도전 결과가 향후 발사 일정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변수로 본다.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100킬로그램 이하급 초소형 군집위성 경쟁이 이미 격화된 상황이다. 기상 관측, 농업 모니터링, 해운 물류, 국경 감시까지 활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고해상도 영상과 빈번한 재방문 주기를 결합한 데이터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본격적인 군집위성 체계 구축에 나선 만큼, 검증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발사와 운용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선행 과제로 꼽힌다.
정책 측면에서는 군집위성이 향후 국가 안보와 공공 인프라 모니터링에 활용될 경우, 데이터 공유 범위와 민간 활용 기준을 둘러싼 제도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기업 참여를 확대해 영상 분석과 응용 서비스를 키우려면, 위성 데이터의 보안 등급과 공개 수준, 재난 대응 시 우선 활용 절차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16일 발사 과정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해 대국민 공개에 나선다. 업계와 연구계는 두 차례 홀드를 불러온 통신 오류가 해소된 가운데, 이번 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돼 한국형 초소형군집위성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궤도 운용과 데이터 서비스까지 무리 없이 연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