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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얼굴까지 예측”…성인 치아교정, 여성 만족도 낮은 이유 분석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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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3차원 얼굴 분석 기술이 성인 치아 교정의 결과 인식 차이를 가시화하면서, 성별과 연령에 따른 맞춤 진료 전략 수립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능 회복과 심미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성인 교정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실제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결과에 덜 만족하는 현상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교정 시장이 ‘단순 치아 배열 교정’에서 ‘AI 기반 얼굴 전체 시뮬레이션을 전제로 한 정밀교정’ 시대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교정과 정주령 교수팀은 성인 교정 환자에서 성별과 연령에 따라 치료 결과를 어떻게 인식하고 만족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시선 움직임 분석, 딥러닝 기반 3차원 얼굴 시뮬레이션, 치료 만족도 설문 등 3개 축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전체적으로 치료 후 남성의 만족도가 여성보다 높았고,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에서 남녀 간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컸다.

먼저 연구팀은 20세 이상 일반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얼굴 매력 평가와 시선 추적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에는 정상 교합을 가진 성인 모델 6명의 얼굴 사진과 참가자 본인의 얼굴 사진이 사용됐다. 모든 사진은 정면과 45도, 90도 측면에서 웃지 않은 표정과 미소 짓는 표정으로 촬영했으며, 배경과 조명, 자세를 표준화해 외부 요인 영향을 최소화했다. 참가자들은 각 사진을 4초대 초반 동안 바라본 뒤 2초 이내에 얼굴 매력도를 4점 척도로 평가했다.

 

시선 추적 결과 남녀 모두 미소를 지은 정면 사진에서 시선 고정 시간이 가장 길고, 무표정한 측면 사진에서는 가장 짧았다. 특히 여성 참가자는 남성보다 미소 지은 정면 얼굴을 더 오래 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여성의 경우 미소와 정면 얼굴 비율 등 심미 요소에 더 세밀하게 주목하며, 평가 기준 역시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라고 해석했다.

 

연구의 기술적 핵심은 딥러닝 기반 3차원 얼굴 시뮬레이션이다. 연구팀은 AI 모델을 활용해 치아 위치를 앞뒤로 3밀리미터에서 6밀리미터 범위로 이동시켰을 때, 입술과 뺨 등 얼굴 연조직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예측했다. 치아는 단단한 조직이지만 그 주위의 입술과 볼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를 수치화해 비교한 것이다.

 

분석 결과, 같은 치아 이동량에서도 여성의 연조직 변화 폭이 남성보다 광범위하고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술과 뺨 부위에서 뒤로 당겨지는 정도와 볼륨 감소 패턴이 여성에게서 두드러졌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는 동일한 교정 계획이라도 여성 환자에게서 얼굴 윤곽과 입 주변 라인이 더 크게 변해 보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정 전문의 입장에서는 단순 치열 정렬만이 아니라, 성별에 따른 연조직 반응 차이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환자에서의 체감 만족도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정 교수팀은 성인 교정 환자 241명 가운데 여성 166명, 남성 75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만족도 설문을 진행했다. 전체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서 매우 만족과 만족을 합한 비율은 남성이 95퍼센트대, 여성은 80퍼센트대 중반으로 집계됐다. 같은 교정 결과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패턴이다.

 

연령대를 나눠 보면 50세 이상 장년층에서 차이가 더 뚜렷했다. 치아 배열, 유지 상태 등 전반적 치료 결과에 대한 만족도에서 50대 이상 남성은 여성보다 유의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교정 과정에서 치아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잇몸 상태 등 생물학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큰 연령대인 만큼, 여성의 기대치와 실제 결과 간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항목별 세부 분석에서 드러났다. 전체 만족도는 남성이 더 높았지만, 미소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 이미지 향상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여성 환자의 경우 결과를 엄격하게 평가하면서도, 변화된 미소와 자기 인식 측면에서는 개선 효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중적인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미적 기준은 높지만, 목표로 삼는 변화에 가까워졌을 때 자기 이미지 향상 체감도 또한 크다는 의미다.

 

정 교수팀은 이런 결과가 성인 교정 시장과 디지털 치과 분야에 여러 시사점을 전달한다고 보고 있다. 첫째, AI 기반 3차원 얼굴 시뮬레이션은 단지 연구 도구를 넘어, 실제 임상에서 치료 전 상담과 결과 예측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교정 전후 예상 얼굴 변화를 성별과 연령에 맞춰 시각화하면, 환자가 현실적인 기대치를 세우고 치료 후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장년층 교정 수요 확대와 함께 성별·연령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골밀도와 잇몸 상태, 연조직 탄성 등 생물학적 변수뿐 아니라, 심미적 기대치와 평가 기준 같은 심리·인지적 요소를 함께 설계해야 교정 결과에 대한 체감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교정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융합은 가속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디지털 스캐너와 3차원 프린팅,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결합한 ‘디지털 교정’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AI를 활용해 환자의 얼굴형, 성별, 나이에 따라 가장 조화로운 치아 배열과 입술선을 제안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이번처럼 성별과 연령에 따른 인식 차이를 정량적으로 제시한 연구는 국내 알고리즘 설계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의료 현장에서는 윤리와 기대 관리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치료 결과와 완전히 일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디지털 이미지 수준’을 현실로 기대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 의무가 강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얼굴 전체 이미지가 다뤄지는 만큼,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강화하지 않도록 의료진의 커뮤니케이션 원칙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주령 교수는 여성 환자의 경우 높은 심미적 기대와 연조직의 민감한 반응성을 감안해 초기 상담 단계부터 얼굴 변화 범위를 세밀하게 예측하고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50세 이상 장년 여성에서 만족도 격차가 관찰된 점을 언급하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한국에서 연령과 성별을 세분화한 교정 진료 지침을 마련하는 데 이번 연구가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교정학 분야 국제 학술지 교정학 세미나에 성인 교정 환자에서 성별이 심미 인식과 치료 결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으로 게재됐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AI 기반 얼굴 분석과 성별·연령 맞춤 진료가 실제 교정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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